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인 임시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22일 손자회사를 통해 영풍 주식 10.3%를 취득,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최씨 일가와 영풍정밀이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취득 주식 수는 19만226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10.3% 규모다.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르면 A회사 또는 모회사·자회사가 B회사의 발행주식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B회사가 가진 A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SMC는 손자회사지만 고려아연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상법상 자회사로 인정된다.
고려아연 지분 구조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40.97%,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34.35%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중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약 25%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새로운 규정에 맞춰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법원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를 통한 이사 선임에 제동을 걸면서 MBK·영풍 측에 승부가 기우는 듯했으나 최 회장 측이 임시주총이 열리기 하루 전 '상호주 제한'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MBK·영풍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SMC는 외국 기업인데, 상호주 소유에 관한 상법 조항은 국내 법인인 주식회사에만 적용된다는 주장이다.
MBK·영풍은 "최 회장이 자리보전을 위해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구조의 허점을 이용해 상호주 소유의 모양을 만들어냈으나 외국 기업이며 유한회사에는 상법상 상호주 소유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과 최 회장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의결권 제한 시도에 대항해 잘못된 점을 내일 주주총회에서 설명하고, 정당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