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이언스번스틴 자산운용(AB자산운용)이 올해 중·장기 크레딧 채권에 ‘롤 앤 캐리’ 전략을 활용해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 횟수는 3번을 예상했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서는 미국 증시가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는 기술주 외에도 산업재와 헬스케어 등 다양한 업종에서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봤다.
23일 유재흥 AB자산운용 채권부문 선임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2025년 글로벌 주식 및 채권 시장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여전히 유효하다”며 “채권 시장에서 나타나는 단기적 변동성이 투자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매니저는 올해 미국 경제가 연착륙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국채보다 크레딧 채권 투자가 더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방향성에 베팅하는 장기채 투자 전략보다 이자 소득이 높은 채권에 투자해 캐리(장기보유)하는 전략이 더 양호한 성과를 거둘 것이란 설명이다.
유 매니저는 채권 투자법으로는 ‘롤 앤 캐리’ 전략을 추천했다. 그는 “2023~2024년은 수익률 곡선이 역전돼 중·장기 채권을 사도 이자수익이 적고 평가차익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올해는 수익률 곡선이 정상화하기 시작했고, 수익률 곡선 기울기가 우상향으로 가팔라졌기 때문에 ‘롤 앤 캐리’가 높은 플러스 수익률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다.
‘롤 앤 캐리’는 수익률 곡선이 우상향할 때 금리가 높은 중·장기 채권에 투자해 이자(캐리)를 축적하면서도, 만기가 다가오면 시장 금리가 하락해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롤 다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을 말한다.
유 매니저는 올해 미국이 금리를 3번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6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해 3·4분기에 한 번씩 인하할 것”이라며 “연준이 금리 인상을 하기 위해서는 물가 전망이 큰 폭으로 바뀌어 기대 인플레이션에 상당한 영향을 줘야 하므로 금리 인상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금리 인하 횟수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면 캐리 전략, 즉 투자 기회를 잃을 수 있다”며 “금리 인하의 횟수보다는 통화정책 완화 방향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재욱 AB자산운용 주식부문 선임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올해 미국 주식시장 전반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며 기술주 외에도 다양한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봤다.
이 매니저는 “지난해 소수의 대형 기술주가 미국 주식시장 성과의 대부분을 주도하는 집중 현상이 심화했지만, 올해에는 이러한 현상이 어느 정도 완화할 것”이라며 “소외됐던 가치주나 저변동성주, 소형주 등이 지난해 3분기에 이미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의 성과를 상회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매니저는 그간 대형 기술주에 비해 소외된 산업재와 헬스케어를 올해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이 매니저는 미국 주식시장의 고평가 우려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제공하는 시장에는 프리미엄이 붙기 마련”이라며 “이는 다른 지역보다 우수한 성장성과 수익성을 제공하는 미국 기업의 주가를 어느 정도 정당화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는 “미국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4.6배로 높아 보이지만, S&P500지수 상위 10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의 PER는 약 17~18배 수준으로 우려하는 것만큼 비싸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미국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소수 종목을 제외하면 대다수 종목의 가격이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매니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따른 정책 변화가 미국 증시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그는 “(정책 변화가) 개별 기업이나 업종, 국가에 끼치는 영향은 간단하지 않아 이를 판단하고 분석하는 데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며 “정책 변화가 인플레이션의 상방 압력을 가하거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를 일부 늦출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2022년도처럼 인플레이션이 갑자기 큰 변동성을 가지고 위로 가파르게 뛰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2~4%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