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제한 대신 하방 보호
겐슬러 사임 후 다양한 가상자산 ETF 신청↑
지난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후 제도권 편입이 속도를 내면서 버퍼형 비트코인 ETF나 다른 가상자산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ETF 상품의 출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3일 가상자상업계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하락이 100% 보호되는 버퍼형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이 출시됐다.
제임스 세이파트 블룸버그 ETF 전문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X(구 트위터)를 통해 “미국 자산운용사 칼라모스 인베스트먼트(Calamos Investments)가 100% 하방 보호 비트코인 ETF(100% downside protected Bitcoin ETF·CBOJ)를 공식 출시했다”면서 “이 상품은 내년 1월 31일(현지시간)까지의 공식 상승 수익률 상한선이 11.65%”라고 전했다. 이어 “(제시된) 상한 수익률은 보장된 수익률이나 금리는 아니다”면서 “수익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기초자산이 만기까지 오르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버퍼형 ETF란 최대 수익률을 제한하는 대신 주가 하락에 대한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인 상품이다. 기존 커버드콜 ETF에서 수익을 배당 형식으로 사용하는 대신, 수익을 재원으로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을 매수해 주가 하락에 대한 손실을 방어하는 형태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아직 국내에선 버퍼형 ETF 상품은 출시된 바가 없다. 한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커버드콜 ETF 상품이 활성화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버퍼형 ETF는 이보다 구조도 복잡하고 이용자들의 수요도 불확실해 아직까지는 살펴보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버퍼형 ETF를 논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한국은 일반적인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나 중개가 막혀있는 상황인 데다가, 상품 구성을 위한 비트코인 콜옵션과 풋옵션 같은 파생상품 시장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친(親) 가상자산 정부가 출범하고, 업계에 적대적이었던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사임하는 등 훈풍이 불면서 다양한 가상자산 ETF의 출시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미 가상자산 파생상품 시장이 존재하고, 지난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엄청난 성과를 거두는 등 우호적인 환경이 이미 조성된 상태다.
약 1년 전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면서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현물, 선물, 레버리지 등을 모두 포함한 비트코인 ETF의 총운용자산(AUM) 규모는 금 ETF를 넘어섰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고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 가상자산 파생상품 데이터 분석 플랫폼 코인글라스에 따르면 전체 비트코인 ETF의 운용자산(AUM)은 약 1250억9000만 달러다.
이에 최근 미국 자산운용사들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 다른 가상자산을 기초로 하는 ETF 출시에도 속도를 내는 추세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Bitwise)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도지코인(DOGE) ETF 신탁 법인을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비트와이즈가 도지 ETF 출시를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정식으로 S-1 신청서를 제출한 것은 아니지만, 신청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전문 애널리스트는 해당 소식을 X에 공유하며 “비트와이즈의 도지 ETF가 곧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앞서 21일(현지시간)에는 미국의 자산운용사 렉스 셰어즈와 오스프리 펀드가 오피셜 트럼프(TRUMP), 봉크(BONK), 도지코인 등 밈코인을 기반으로 한 ETF 신청서를 SEC에 제출하기도 했다.
세이파트 애널리스트가 공유한 목록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기준 총 33개의 가상자산 ETF가 SEC에 신청된 상황이다. 여기에는 다음 ETF 후보로 거론돼 온 리플(XRP), 솔라나, 라이트코인이나 도지, 봉크, 트럼프 등 단일 알트코인 혹은 밈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펀드가 포함됐다. 나아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함께 담거나, 가상자산 10종을 담는 바스켓 형태의 펀드도 일부 존재한다.
이에 대해 발추나스 애널리스트는 “겐슬러 전 위원장이 SEC를 떠난 이후 신청 목록이 두 배로 늘었다”면서 “1~2주 안에 50개가 돼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