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고려아연, MBK·영풍 이사회 장악 저지…분쟁 장기화 예고

영풍 의결권 제한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이사 수 상한 압도적 찬성
"위법행위" MBK·영풍 주총 도중 조기 퇴장…법적 대응 예고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장악에 실패했다. '상호주 제한'으로 영풍의 의결권이 묶이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일단 경영권을 지키게 됐다.

그러나 MBK·영풍 측이 "위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해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서울 용산 그랜드 하얏트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의 건'과 '이사 수 상한(19인)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을 차례로 의결했다.

집중투표제 도입은 76.4%, 이사 수 상한 설정은 73.2%의 찬성을 얻었다.

주총에서 14명의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하려던 MBK·영풍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1명, 영풍 측 1명 구도다.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이 통과됨에 따라 MBK·영풍이 확보할 수 있는 이사 자리는 최대 7석에 그치게 된다.

전날 고려아연이 손자회사를 통해 순환출자구조를 만들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시킨 결과다.

고려아연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은 최씨 일가와 영풍정밀이 보유한 영풍 주식 10.33%를 취득했다. '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C-영풍-고려아연'의 상호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진 것이다.

고려아연은 '두 회사가 10%를 초과해 서로의 지분을 갖고 있을 경우 각 회사가 상대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상법 제369조 3항에 따라 이날 주총에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MBK·영풍은 SMC가 외국 회사라는 점을 들어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MBK 측 대리인은 "외국 회사는 상법상 회사가 아니고, 영풍 지분을 취득한 SMC는 진정한 외국 회사"라며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상법상 회사 범위에는 외국 회사까지 적용하는 게 통설"이라며 "상법상 회사의 자회사 안에는 외국 자회사도 포함된다는 법무부 유권 해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총 발언을 통해 영풍의 의결권 제한에 반발해온 MBK·영풍은 결국 주총이 끝나기 전 조기 퇴장했다. 향후 임시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및 상호주 의결권 제한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어서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법정 다툼을 포함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강성두 영풍 사장이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지연되자 주총장을 나서고 있다. 이번 주주총회는 오전 9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위임장 확인 절차가 지연되면서 개회가 늦어졌다. 조현호 기자 hyun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