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화폐연구팀은 지난해 3월 ‘세계에서 액면이 가장 높은 화폐’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해당 글은 무분별한 화폐발행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각심도 함께 담았다.
역사에서 액면이 가장 높았던 지폐에 대해 “과거 헝가리에서 사용되었던 1해(10의 20제곱) 펭괴(peng?) 은행권”으로 소개했다. 연구팀은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함께 추축국 진영에 있었던 헝가리는 종전 후 3억 달러(2024년 현재가치로 약 43억 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며 “당시 헝가리 정부는 전쟁 배상금 지불을 위해 화폐를 지속적으로 발행했는데, 이는 결국 화폐가치를 급격하게 하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역사 속 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천문학적인 액면이 발행된 경우도 있다. 짐바브웨중앙은행이 발행한 100조 짐바브웨달러권이 주인공이다. 연구팀은 “짐바브웨는 2000년 이후 지속된 식량난과 퇴역 군인들에 대한 대규모 연금지급 등으로 인한 부족한 재정을 화폐발행으로 보전하고자 했다”며 “무분별한 화폐공급의 증가는 화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고 급격한 물가상승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2008년 달걀 한 알의 가격이 500억 짐바브웨 달러 수준이었다고 전해질 정도로 화폐가치의 하락이 심각했다. 이 시기에 짐바브웨 중앙은행은 100조 짐바브웨달러권을 발행했다”고 부연했다.
연구팀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큰 숫자의 지폐는 우리의 흥미를 돋우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경제의 몰락, 무분별한 화폐발행 그리고 극심한 물가상승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액면의 화폐가 탄생한 배경을 살펴보면 발권력 남용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화폐에 대한 신뢰와 물가안정은 우리 경제체제의 근간이자 주춧돌”이라며 “화폐의 원활한 공급과 물가안정이 중앙은행의 책무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물가안정이 지속되기를 기대해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