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근감소증(Sarcopenia)이 노년층의 삶의 질에 타격을 주는 질환으로 주목된다. 근감소증은 단순히 근육량이 감소하는 증상을 넘어 신체 활동성과 독립적인 생활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기에 운동과 식단 관리로 예방해야 한다.
근감소증은 노화로 인한 근육량과 근력의 감소 상태를 의미한다. 근육량은 일반적으로 30대 후반부터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해 50대 이후 매년 1~2%씩 감소한다. 70대에는 감소 속도가 급격히 빨라져 신체 기능 저하와 삶의 질을 악화시킨다.
근감소증 환자는 걸음이 느려지고 근지구력이 약해져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워지며, 다른 사람의 도움을 자주 필요로 하게 된다. 또한 골다공증, 낙상, 골절의 위험이 증가하며 근육의 혈액 순환과 호르몬 조절 기능이 약화해 기초대사량이 감소한다. 이로 인해 만성질환 관리가 어려워지고,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2022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연구한 결과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근감소증 유병률은 7.9%였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높아져 70~74세는 7.1%, 75~79세는 9.9%, 80세 이상은 20%로 파악됐다. 남자(6.6%)보다 여자(9.2%) 환자 비율이 더 높았으며, 남녀 모두 소득수준 하위 40%인 ‘하’ 또는 ‘중하’ 군에서 유병률이 더 높았다.
근감소증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지만, 운동 부족과 영양결핍이 가장 주요하게 꼽힌다. 이밖에 노화로 인한 호르몬 변화와 단백질 합성 능력 저하, 신체 활동 부족, 불균형한 영양 섭취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 감염병, 암 등과 같은 급만성 질환 등도 근감소증 발생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근감소증 역시 여러 질환의 경과와 관리에 악영향을 준다.
걷기 속도 측정, 악력 측정,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 테스트 등을 활용하면 가정에서 쉽게 환자의 상태를 평가해볼 수 있다. 4m를 걷는 데 5초 이상 걸리면 근감소증을 의심할 수 있다. 또 악력을 측정해 남성의 경우 26kg, 여성의 경우 18kg 미만일 때 근감소증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다. 의자에서 일어나 앉기를 30초 동안 10회 이상 하지 못한다면 근감소증의 위험이 있다.
전문적인 진단법으로는 근육량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이중에너지 X선 흡수법(DEXA)과 생체 전기 임피던스 분석법(BIA) 등이 있다. 400m 6분 보행검사 등을 실시해 보행속도를 측정하기도 한다. 이런 진단 방법은 근감소증의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해 시행된다.
근감소증은 적절한 예방과 관리로 발생 시기를 늦추고 극복할 수 있다. 근력 저하나 근감소증이 나타나면 증상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아 동반 질환을 확인한 후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학적으로 원인이 될 만한 약물 복용 여부, 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골다공증, 낙상, 연하장애 등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박영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운동은 근육량과 근력을 유지하고 낙상 위험을 줄여주므로 꾸준히 실시해야 한다. 저항 운동과 유산소운동, 균형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육 생성을 위해 단백질을 필수로 섭취해야 하며, 체중 1kg당 최소 1.2~1.5g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라며 “끼니마다 고기, 생선, 두부, 달걀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고, 필요하면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산양 단백질은 소화가 잘되고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작아 노년층에게 적합한 단백질 보충제로 평가받고 있으며, 콩, 퀴노아, 견과류 등 식물 단백질도 아미노산이 풍부해 근육 생성에 유익하다”라면서 “비타민 D, 칼슘, 마그네슘 등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거나 보충제를 복용해 근육과 뼈 건강을 유지하고 탈수 방지를 위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신체적 건강관리 외에도 정신적·정서적 건강을 포함한 종합적인 생활 관리가 필요하다. 수면은 신체 회복과 근육 생성에 매우 중요해, 하루 7~8시간 정도 충분히 자고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취미 생활이나 지역사회 활동 등에 참여해 활발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정신 건강과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적절한 예방과 관리로 충분히 발생 시기를 늦추고 극복할 수 있다”라며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보내기 위해 꾸준한 운동과 균형 잡힌 영양 섭취,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