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취급 안 하고 직원 없고" 은행 점포, 안 되는 것만 느네

입력 2025-01-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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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리스' 영업점 운영하는 은행
비용ㆍ인력 등 효율화 작업 일환
은행 "무인점포 확대해 편익 증대"
심층 상담 원하는 고객 '동상이몽'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직원 없이 자동화기기만 있는 무인점포, 어르신만을 위한 특화 점포 등 은행 영업점의 형태가 다양화하고 있는 가운데 '직원은 있지만, 현금 취급은 안 하는' 은행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현금 관리에 드는 시간과 인력을 아껴 고객 상담 등 은행 점포의 '핵심 업무'에 좀 더 공을 들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무인점포에 이어 현금 취급도 안 하는 점포의 등장을 두고 영업점의 의미와 역할이 퇴색됐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이달 초부터 구로디지털금융센터와 성수동금융센터를 현금 없는(캐시리스) 점포로 운영 중이다. 말 그대로 창구에서 현금을 취급하지 않는 영업점이다. 현금이 필요한 거래를 할 때는 점포 내부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하면 된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최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해 캐시리스 점포를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출납 주임이 (현금)출납을 하는 동안 다른 업무를 하기 힘들다 보니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든다"며 "영업점에서 현금을 취급하지 않으면 업무의 효율성이 대폭 확대되고 비용 절감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은행 홈페이지 캡쳐.)
(부산은행 홈페이지 캡쳐.)

부산은행이 현금 없는 점포의 첫 타자는 아니다. 이보다 먼저 2022년 5월 KB국민은행이 현금 없는 'KB디지털뱅크'의 문을 열었다. 현재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에 있는 NB강남터미널점과 충북 청주 분평동 지점 등 두 곳이 있다. 이들 지점에는 기기 이용을 안내해주는 직원이 1명 상주한다.

신한은행도 2022년 초부터 강원도 삼척에 있는 삼척디지털출장소와 서울 노원구 월계동디지털출장소 두 곳을 현금 없는 점포로 운영 중이다. 은행 관계자는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현금 취급에 따른 금융사고 우려도 줄기 때문에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캐시리스 점포의 수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것은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현금거래 수요가 있는 고객층이 직원 있는 영업점을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아직 현금 없는 점포가 없는 한 은행 관계자는 "고령층 등 직원이 있는 영업점을 찾는 일부 고객 사이에서는 여전히 현금 수요가 있어 섣불리 도입하기 어렵다"라며 "다른 은행들의 지점 설치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후에 검토할 예정이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은행 "편익 높이기 위해 무인점포 늘리겠다"지만…소비자 "자세한 상담 돼야"

현금 없는 점포보다 먼저 활성화하기 시작한 '무인점포'는 점차 늘고 있다. 무인점포는 말 그대로 상주하는 직원이 없고, ATM이나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STM) 등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기기만 있는 점포를 뜻한다. 직원이 없으니 현금도 당연히 기기에서만 취급할 수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의 STM은 지난해 말 기준 783대로, 1년 새 88대 늘었다. 2022년 569대보다는 214대(37.6%) 늘었다. STM은 영상통화, 신분증 스캔 등 본인인증을 거쳐 △예·적금 신규가입 △카드발급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등 창구 업무의 80% 이상을 수행할 수 있는 자동화기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해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 무인점포를 지속해서 확장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고객의 입장은 은행과 사뭇 다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나 ATM, STM 등 기기로 해결이 어려운 문제를 직원 상담을 통해 해결하고자 대면 영업점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김 모(27) 씨는 "평소 모바일 앱만 이용하다가 대출 상품 문의가 필요해 지도 앱에서 A 은행 점포를 검색해 찾아갔는데, ATM과 안내 직원 한 명만 있어 당황한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ATM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으면 굳이 영업점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반 지점인 줄 알고 왔다가 되돌아가는 어르신들도 몇 분 계셨다"고 토로했다.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2025), 하나금융연구소)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2025), 하나금융연구소)

김 씨와 비슷한 불편을 겪고 있는 금융소비자도 적지 않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해 7월 전국 20~64세 남녀 금융소비자 5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금융거래 시 가장 크게 인식하는 불편함 중 '영업점 수·직원 수 감소'의 순위가 2022년 6위에서 2023년 4위, 지난해 3위로 계속 올랐다. 대면 채널(인적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또, 주택자금 대출을 받을 때 이용 채널로 금융사 영업점을 꼽은 응답률이 55.3%에 달했다. 모바일뱅킹으로 주택자금을 대출받겠다는 사람은 10명 중 1명(13.6%)에 불과했다. 모바일 창구에서 대출받을 때 대표적인 불편사항으로는 '유의사항 안내와 적절한 상담이 부족하다'는 점이 꼽혔다.

연구소 측은 "소비자는 (모바일보다) 영업점 이용에 불편이 더 큼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위한 자세한 상담과 보안, 융통성 있는 인적 솔루션 등을 기대하며 대면 채널을 찾는 것으로 보였다"며 "특히 소호(개인사업자)는 임금근로자보다 금융거래 시 거래 상담, 조언과 대출 관련 상담에 대한 니즈가 커 휴먼터치의 관리가 요구됐다"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2025), 하나금융연구소)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2025), 하나금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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