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9일간 이어지는 ‘설 황금연휴’ 밥상에 오를 주요 정치권 화두가 무엇일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의 향후 정책 노선’, ‘윤석열 대통령 기소’와 그에 따른 ‘조기대선 가능성’, ‘주요 대권주자’ 등이 설 밥상머리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설 연휴 직전 각종 민생 정책·비전을 제시하며 이슈 선점 경쟁을 했다. 그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새롭게 설계한 정책 노선을 공개했다.
이 대표가 꺼내든 건 ‘실용주의’와 ‘탈이념’이었다. 연휴 밥상머리 선점에 강력한 한 수를 던졌단 평가가 나오는 동시에 당내에선 민주당의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단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냐”며 이른바 ‘흑묘백묘론’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대표적 정책 기조인 ‘기본사회’를 우선순위에서 제외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우클릭을 강화해 중도층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대표의 기자회견이 있기 바로 전날 ‘지역화폐법’을 재발의했다. 지역화폐 운영에 필요한 정부의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이 대표의 역점 정책인 ‘기본사회’, ‘기본소득’과 일정 부분 궤를 같이하는 법안으로 여겨진다. 그러자 여당에선 “이 대표는 자신의 브랜드인 기본소득마저도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바로 전날 지역화폐법을 발의했다”며 “이것은 정치적 자아분열”이라고 공격했다.
이러한 정책의 ‘모호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민주당 원외에서도 들린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철희 전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실용’ 얘기를 그만했으면 (한다)”며 “제가 항변하고 싶은 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념을 쫓다가 망한 적이 있냐는 거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실용이 잘못 해석되면 ‘저 당이 만들어내는 대통령은 자기들이 필요하면 뭐든지 하겠네’라는 인식이 될 수 있어서 ‘실용 프레임’이 그렇게 중요해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비상계엄 여파로 변화할 정치 구도도 주요 관심거리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기소, 재판에 속도가 나면서 자연스럽게 조기대선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여권의 대권주자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거론된다.
다만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론 민주당의 이 대표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가 상대진영 경쟁자와 대선후보 가상 맞대결 시 전세가 뒤집힌단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현재로선 그가 가장 유력한 ‘대통령 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단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국민의힘은 만약 조기대선이 실시되면 당내 경선 흥행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다양한 후보들이 나와서 경쟁하면 외려 국민적 관심은 우리에게 올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재명 유일·일극 체제라 대선에서 관심받을 요인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2선 후퇴’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대권주자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특히 설 연휴를 앞두고 여권 인사들과 따로 소통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민주당 내에선 이 대표의 독주를 견제할 비명(비이재명)계의 결집이 가시화되고 있다. 비명계 인사들은 최근 연일 이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김두관 전 의원은 24일 자신의 SNS에 “주권자인 국민과 당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줘야 한다”며 “정권교체로 가는 길은 이재명의 길뿐만 아니라 다양한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친문(친문재인) 적자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23일 야권 싱크탱크인 ‘일곱번째나라 LAB’ 창립 심포지엄에서 “전대미문의 상황에서도 민주당을 포함한 민주개혁 세력이 여론을 압도하지 못해 우리도 똑같은 일방주의를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며 “어느 한 사람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다원주의를 지향하면서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이른바 ‘이 대표 일극체제’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비상계엄·탄핵 정국으로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 친노(친노무현)·친문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 견제에 나선 게 아니냔 시각이 나온다. 야권 내 대권주자론 김경수 전 지사와 김두관 전 의원을 비롯해,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우원식 국회의장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