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장기화…자본시장 ‘큰손’ 연기금·공제회 CIO선임 '깜깜무소식'

입력 2025-01-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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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교직원공제회·행정공제회
멈춰선 CIO 선임 절차
상위 정부부처 의사결정 지연
기금 수익률에 부정적 영향 우려

(사진= 오픈AI 달리)
(사진= 오픈AI 달리)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 선임이 한동안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수의 연기금과 공제회가 정부 부처 산하에 있어, 주요 임원을 뽑을 때 상위 부처의 승인 절차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정부가 의사결정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의 CIO 선임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운용자산(AUM)은 각각 약 1185조 원, 69조 원, 28조 원에 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큰손’으로 손꼽힌다. 특히 교직원공제회와 행정공제회는 연초 안정적으로 CIO 선임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돼 왔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앞서 교직원공제회는 박만수 CIO의 임기가 16일 만료되면서 고재택 전 기금운용전략실장을 새 CIO로 내정했다. 고 전 실장이 17일부터 CIO로 바로 근무를 시작해 업무 공백을 만들지 않을 계획이었다. 만약 절차가 지연되더라도 설 연휴 시작 전까지는 선임을 완료할 것이란 분석이 중론이었다.

그런데 교육부 운영위원회 동의까지 마친 CIO 임명 건이 교육부 장관 승인에서 멈추면서 신규 선임에 제동이 걸렸다. 정국 혼란이 지속되면서 절차가 언제 다시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고 전 실장은 CIO 근무 직전까지 맡기로 했던 연구위원직을, 박 CIO는 현 직책을 당분간 유지할 방침이다.

행정공제회도 다음 달 허장 CIO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최종후보자명단(숏리스트)을 셋으로 추려 행정안전부의 인사 검증을 앞두고 있었다. 인사 검증에서 ‘적합’ 판정을 받아 회부된 후보자 중 행정공제회 대의원회(55명)에서 37표 이상을 받은 인물이 행안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최종 선임된다. 업계에서는 2022년 취임 이후 줄곧 양호한 수익 성과를 이끈 허 CIO의 연임을 점치고 있었다.

하지만 행안부의 인사 검증 결과가 지연되면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통상 공제회 투자 역량과 직결되는 CIO 업무 특성상 관련 선임 절차는 빠르게 진행됐던 양상과 대조적이다. 행안부 장관이 직무대행 체제 상태를 지속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면서 당장 급한 업무를 해결하느라 CIO 선임이 지연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연금은 이미 서원주 국민연금 CIO의 임기가 지난달 26일 자로 만료됐다. 당초 서 CIO의 임기 만료 전 후임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였으나, 상위 기관인 보건복지부 장·차관 인사가 미뤄지면서 여전히 CIO 인사 관련 소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당장 수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거나, 수장 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공제회들도 있어 정국 혼란에 따른 CIO 선임 지연을 더욱 우려하는 분위기다. 실제 김성수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은 이달 3년 임기가 끝났고, 경찰공제회는 이사장과 CIO 자리가 모두 공백 상태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연기금·공제회가 미국 증시 호조 등을 중심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이어가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투자 책임자의 자리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비상계엄 선포의 후폭풍으로 주요 인사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해야 한다는 점이 걱정된다”라고 했다.

공제회 관계자는 “CIO 자리는 이사장 등 다른 임원직에 비해 비교적 빨리 선임하려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올해는 예상이 전혀 안 되는 상황”이라며 “평소보다 선임 절차가 늦어질 것으로만 보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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