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변론 직접 나선 尹...설 민심 어디로

입력 2025-01-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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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열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직접 나서 비상계엄선포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자신을 둘러싼 혐의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현직 대통령이 구속 상태에서 헌법재판소에 직접 출석한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12·3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계엄 포고령은 집행 의사나 실행할 계획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문형배 헌재 소장이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특히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줬는지에 대해선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나중에 이런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고 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계엄군을 투입했는지 묻자 "막거나 연기한다고 막아지는 일이 아니다"라며 "국회법에 딱 맞지 않는 신속한 결의를 했다. 그렇지만 저는 그걸 보고 바로 군을 철수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발언 기회를 얻은 뒤 "여러 헌법 소송으로 업무가 과중한데 제 탄핵 사건으로 고생을 하시게 돼서 재판관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저는 철들고 난 이후로 지금까지 특히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다. 헌법재판소도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우리 재판관들께서 여러모로 잘 살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재판관들을 바라보며 발언했다.

23일 열린 4차 변론에선 "소추인(국회)은 실패한 계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실패한 계엄이 아니다. 예상보다 좀 더 빨리 끝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엄을 선포한 이유에 대해선 "야당에 대한 경고가 아니었다"며 "주권자인 국민에 호소해서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해달라는 것이었지, 야당에 대한 경고는 아무리 해봐야 소용이 없다"고 강변했다.

특히 이날 진행된 증인신문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출석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12월 1일 또는 2일 밤 장관이 관저에 포고령을 가져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포고령이 추상적이라 법적으로 검토할 게 많지만, 실행 가능성이 없으니 놔두자고 웃으며 말했던 상황이 기억나냐"라며 계엄 포고령 작성 경위에 대해 직접 물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말하니까 기억난다. 평상시보다 꼼꼼히 보시지 않는 걸 느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특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달받았다고 말했던 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를 작성했는지에 대해 "제가(했다)"고 짧게 말했다.

헌장 사상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구속 상태에 놓인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대에 직접 나선 건 계엄의 정당성을 직접 설명해 이를 부각시키고, 각 종 의혹과 쟁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설 연휴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시켜 여론을 유리한 쪽으로 끌로 가려는 의도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도는 역전과 오차범위 내 좁히기를 반복하고 있다. 비상계엄으로 윤 대통령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도 이례적으로 정권연장론이 힘을 받는 모습니다.

한국갤럽이 21∼23일 진행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38%, 더불어민주당 정당 지지도가 40%를 기록했다. 또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16~17일 진행한 정당지지도 조사에선 국민의힘은 46.5%, 민주당은 39%를 기록했다. 이 기관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진 건 약 5개월 만이다. 민주당이 정국 수습이 아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와 보수층 결집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이같은 지지율 추이가 윤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와 헌재 출석을 통한 강변 의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설 연휴 이후인 내달 4일 탄핵심판 5차 변론을 연다. 5차 변론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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