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700조 쏟아붓는 트럼프…멀어지는 AI 패권 경쟁

입력 2025-01-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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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켜보는 가운데 AI 인프라 투자에 대해 전하고 있다. (워싱턴D.C./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켜보는 가운데 AI 인프라 투자에 대해 전하고 있다. (워싱턴D.C./UPI연합뉴스)

미국이 인공지능(AI) 경쟁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AI 인프라 구축에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를 투입하는 청사진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AI 경쟁이 국가 간 패권 다툼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AI 3대 강국을 표방한 우리나라는 리더십 공백으로 동력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출범한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 구속으로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AI위원회가 출범 직후에는 AI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다양한 논의를 추진했으나 올해는 관련 의제를 챙길 수 있는 여력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작년 9월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를 출범하고 12월 AI 기본법을 마련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AI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국가AI위원회가 동력을 잃으면서 선진국과의 AI 기술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야심 차게 발표한 스타게이트는 오픈AI를 중심으로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 민간 기업들이 협력해 슈퍼컴퓨터와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나흘 만에 ‘AI 관련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장애물 제거’로 명명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I 개발에 방해가 되는 규제를 없애고 AI 패권 경쟁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도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 안보와도 직결되는 AI 산업 육성에 한창이다. 최근에는 AI 기술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4조 원 규모의 민관 합작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미국은 AI 개발에 700조 원 이상을 쏟아붓고 중국은 저비용·고성의 인공지능 ‘딥시크’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며 AI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패권 국가 간의 경쟁은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1, 2위를 다투는 미국, 중국과 격차가 심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3위 자리를 노리는 추격자들과의 경쟁에서도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토터스미디어가 발표한 ‘2024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한국은 2023년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이 큰 차이로 1, 2위를 차지했고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가 뒤를 이었다. 한국 뒤에는 독일, 캐나다, 이스라엘, 인도 등이 근소한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3위부터 10까지는 격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주목할 점은 프랑스의 활약이다. 2023년 13위에 그쳤던 프랑스는 지난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5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픈AI의 대항마로 불리는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을 ‘프랑스의 천재’라고 추켜세우며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홍보했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는 등 아낌없는 지원책을 펼쳤다. 그 결과 미스트랄은 설립 1년 만에 기업가치가 58억 유로(약 8조7646억 원)까지 증가했다. 정부의 지원 없이는 이 같은 성장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못했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1조~2조 원 투자해서는 AI 선진국을 따라잡기 어렵다”며 “AI를 국가 전략사업으로 지정하고 5, 10개년 계획을 잡고 몇백조씩 투입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국가에서 몇백조씩 투자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세액 공제를 통해 간접적으로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27년까지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짓는다고 하지만 그사이에 골든타임을 놓치면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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