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차지호는 왜 ‘새벽 3시’ 유튜브 라이브를 켤까? [이슈앤인물]

입력 2025-01-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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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韓, 위기 후 과감한 혁신…핵심은 AI”
“위기 예측만이 살 길…정치가 역할 해야”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새벽 3시는 가장 취약하고 외로운 시간입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겐 새로운 습관이 하나 생겼다. 모두가 잠든 꼭두새벽, 유튜브 라이브를 켜는 일이다.

조금은 특이한 습관을 가지게 된 차 의원의 속사정을 최근 본지가 물었다. 차 의원은 “계엄 사태가 있고 얼마 뒤, 새벽 3시쯤 국회 앞에서 한 시민을 만난 일”이 발단이 됐다고 했다. 그는 “‘계엄군이 다시 올지 모르니 국회를 혼자라도 지키겠다’던 그 시민은 한겨울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계셨다”고 회상했다.

그 뒤로 차 의원은 ‘새벽 3시’를 가장 외롭고 취약한 시간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한다. 이따금 그는 유튜브 라이브를 켜 그 시간을 밝힌다. 어둡고 취약한 새벽을 지나면 대한민국에 다시 회복과 성장의 동이 틀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차 의원은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이란 말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와는 정반대 개념으로, 트라우마를 오히려 성장 동력으로 삼아 이전보다 발전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여파로 인한 정정 불안과 경제 리스크…. 위기의 담장 위를 아슬아슬 걷고 있는 대한민국에 국회의원이 된 한 미래학자는 “위기 후엔 과감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가 가리킨 해답은 ‘인공지능’(AI)이다.

韓, 회복과 성장 어떻게?…“AIX를 보라”

계엄 사태 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고, 미국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의사 출신이자 미래학자인 차 의원은 “이전과는 다른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변화시키는 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그 주인공으로 ‘AI’를 지목했다. 그는 “AI가 노동과 정치 등 전반적 사회 환경에 근본적 변화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개발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으로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해외 AI패권 경쟁엔 가속도가 붙고 있다. 2030년까지 AI 시장 규모는 약 1조8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문가 집단과 함께 AI·기후위기 정책을 발굴하는 '미래거버넌스위원회' 간사인 차 의원은 “AI를 기술적 관점으로만 보면 시야가 굉장히 좁아진다. 그 너머를 봐야 하는데, 그게 바로 AIX(인공지능전환·Artifici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라고 강조했다.

AIX는 기존 산업계 전반을 관통했던 DX(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를 한 단계 더 뛰어넘은 개념이다. AI를 활용해 조직, 산업, 사회 전반의 운영 방식과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과정을 뜻한다. AI와 인간의 협업으로 ‘은퇴 연령’이 의미가 없어진 사회, 국적·언어·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지구 반대편의 사람도 한국 기업의 직원으로 채용되는 탄력적인 사회가 올 것이라고 차 의원은 내다본다.

정책 설계 과정에서도 AIX 개념의 적용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의대생들을 증원해 필수 의료 전문의를 늘리려고 했다. 이는 사실 ‘굉장히 미래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이라며 “그런데 여기서 빠트린 게 하나 있다. 15년 뒤 AI가 변화시킬 의료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의대 졸업 후 인턴, 레지던트를 거치고 이후 전문의가 돼 일을 시작하는 과정을 고려하면 필수 의료 갭(gap)을 메우기까진 적어도 15년은 걸릴 것”이라며 “저라면 필수 의료 갭을 메우는 중장기적 로드맵을 구성할 때, AI가 공공의료를 어떤 식으로 강화시킬 수 있는지부터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와 의료의 접목은 산업적 측면으로 봐도 매력적인 시장이다. 차 의원은 “한국의 의료 자원과 AI 역량은 플랫폼만 갖춰진다면 전 세계의 다양한 의료 시스템을 커버할 정도의 체계(역량)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전 세계 보건의료 시장을 8000조원 규모로 보고 있다. 비슷한 다른 산업 시장이 경쟁이 심한 편이라면 여긴 무주공산”이라며 “이런 부분에서 한국이 적극적으로 역량을 확대한다는 건 산업 정책으로도 굉장히 우수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고이란 기자 photoeran@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AI로 재난 최소화

얼마 전 있었던 여객기 참사는 한국 사회에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의사 출신으로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한 차 의원도 사고 소식이 들려온 직후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유족들을 위로하고 손을 보탰다.

당시 상황을 회상하던 차 의원은 짧은 침묵을 보인 뒤 “참사가 한 번 생기면 돌이킬 수 없다. 위기를 미리 예측하고 예방하는 게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거듭 강조했다.

방재 체계 혁신의 중심에도 AI가 있다. 차 의원은 “아직 오지 않은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선 ‘미래 예측적 프레임’이 필요하다. 예컨대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잠재적 재난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잠재적 재난이 올 확률과 심각성과 영향력을 계산하고, 리스트된 재난에 우선순위를 매겨 예방 전략을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 의원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재난의 징후를 미리 파악해 사전 예측하는 사회로의 진입을 강조한다. 그는 “예컨대 챗GPT(등 AI 기반 기술)는 ‘한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난·참사’ 30개 리스트에 항공 참사를 포함시키고 있다. 우리가 몇십 개의 재난 리스트를 만들고, 공항부터 항공 전반에 대한 점검을 진행했다면 참사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다중 복합 위기’ 온다…정치의 역할은

애석하게도 미래학자가 미래의 밝은 면만 보는 건 아니다. 차 의원은 가까운 미래에 ‘다중 복합 위기’가 한국 사회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2020년대에 있었던 과거의 위기보다 향후 10~20년 닥칠 위기 요인들이 훨씬 위험하다고 본다”며 “예를 들어 팬데믹(감염병 대유행)과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가 올 건 예상하지만,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올 거란 생각은 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더욱이 고령화된 한국 사회에 이러한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나라 경제가 버틸 수 있을진 미지수”라며 “이 같은 ‘다중 복합 위기’에 대해 정치권, 혹은 정부에선 준비가 거의 안 돼 있는 듯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융합적인 사고를 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적어도 국회에서만큼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100% 예측 가능한 미래 상황들에 대해 대비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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