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성과급 규제 과도”…보험업계, 불만 고조

경기 변동성 갈수록 커지는데
주가ㆍ금리 통제 불가 변수 반영해야
중·소형보험사 인재 영입 난망

(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의 보험사 임원 인센티브 규제에 대한 보험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주가나 금리처럼 불가항력적 변수로 인해 지급여력(K-ICSㆍ킥스) 비율이 하락해도 성과급이 삭감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의 지난해 3분기 말 신규위험액 측정 등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경과조치 후 K-ICS 비율은 218.3%이다. 전 분기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내 주식시장 불안정성을 고려하면 최근 건전성은 더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K-ICS 비율은 고객이 보험계약을 동시에 해지할 경우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수치화한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보험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만큼 주가나 금리 상황에 따라 출렁인다. 주가가 떨어지면 보험사의 보험부채가 늘어 가용자본에 악영향을 미쳐 K-ICS 비율이 떨어진다. 임원들이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닌 셈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보험사 경영진 보상체계 모범관행을 마련했다. 보수체계의 고정급과 변동급의 비율을 균형 있게 구성하고 K-ICS 비율 등 건전성 수준을 고려해 회사별 성과보수 규모를 설정하도록 했다. 규제 준수, 소비자 보호 등 비재무적 지표 비중을 확대해 보험사의 장기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모범관행에는 주식으로 성과급 지급을 권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변동급의 상당 부분은 주식 등의 비(非)현금 자산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성과 주의를 배제하기 위해 변동급으로 지급되는 주식(주식매수선택권 포함)에는 최소 보유 기간도 부여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보험사들이 모범관행을 자율적으로 준비하고, 내년 1분기부터 시범운영토록 할 계획이다. 향후 모범관행 적용 여부를 보험사 경영실태평가(RAAS)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모범관행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과급이 과도하게 줄어 임원들의 실적 향상 동기 부여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형 보험사들은 인재를 영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모범관행 시행으로 변동급 비중이 확대되면 대형사에 비해 가뜩이나 낮은 임원들의 실질적인 보상 수준이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주가 상승의 기대감이라도 있지만 중·소형사는 주식 가치가 낮거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임원들이 장기 보유를 꺼릴 가능성이 크다"며 "성과보수는 기업의 자율적 결정 사항인데 정부가 개입해 경영진의 보상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