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기 수요 부진, DS에 타격
HBM3E 납품 감감무소식
삼성전자가 31일 지난해 4분기와 연간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강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삼성전자는 AI 필수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객사향 HBM3E(HBM 5세대) 사업화가 지연된 데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둔화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실적을 포함해 지난해 및 4분기 확정 실적을 31일 내놓는다. 앞서 삼성전자는 매출액 75조 원, 영업이익 6조5000억 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 5.18%, 영업이익 29.19% 각각 감소한 수치다. 반도체 시장이 어려웠던 2023년 3분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0.65%, 130.5%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삼성전자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1달 이내 추정치)는 각각 76조8752억 원, 6조9388억 원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매출 비중은 MX(모바일경험) 39%, DS(디바이스솔루션, 반도체) 37%, CE(가전) 18%, 삼성디스플레이10%로 구성됐다.
3분기에는 갤럭시 신제품 출시 영향으로 MX 매출 비중이 높았지만, 4분기에는 소폭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연말 세일 시즌이 포함되는 4분기는 ‘가전 시장 비수기’로 꼽힌다. 결국 삼성전자 매출의 절반을 넘어서는 부분의 성장세가 둔화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전체적인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은 삼성전자 예상 매출액 75조 원 가운데 △DS 27조4000억 원 △MX 26조5000억 원 △가전 14조6000억 원 △디스플레이 9조 원 △하만(전장) 3조9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DS의 세부적인 예상 매출액은 D램 13조5000억 원, 낸드 8조 원, 시스템LSI 5조9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수익성도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DS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2분기 8.3%, 22.6%로 급등했지만 3분기 13.3%로 떨어졌다. 4분기에는 10.2%로 하향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실적 하락 요인에 대해 정보기술(IT) 제품 중심의 업황 악화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펜데믹이 있었던 2022년 IT 제품 수요가 급증했으나, 이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경쟁사의 상황은 다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액 66조1930억 원, 영업이익 23조4673억 원(영업이익률 35%), 순이익 19조7969억 원(순이익률 30%)을 달성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AI 훈풍을 타고 HBM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 결과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31일 3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AI향 고수익 제품에 적극 대응했다”며 “HBM은 전 분기 대비 매출 증가폭이 70%를 상회했다”고 밝혔다. 또한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 HBM3E 사업화 지연됐지만, 주요 고객사 퀄 과정상 중요한 단계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 확보했으며 4분기 중 판매확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전체 HBM 가운데 고객사 수요가 높은 것은 HBM3E다. AI 가속기 제조사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해야 의미 있는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삼성전자는 HBM 납품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면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출시 시점이 지연되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HBM3E 12단과 HBM4 제품 승인을 준비할 시간을 여유롭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