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중구)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유지할 경우 올해 건설 부문 생산비용이 전년 대비 2.47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1500원으로 오르면 증가율은 3.34%까지 뛴다.
이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국가철도공단 등 국토교통부 산하 주요 기관의 500억 원 이상 공사(317건)의 건설 생산비용은 최소 8722억 원에서 최대 1조1175억 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 대비 21.4원 오른 1452.7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계엄 사태 이후 폭등한 환율은 27일 1501.83원까지 상승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2009년 3월 13일, 1483.5원)보다 높은 수치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을 통해 수급하는 원자잿값을 끌어올려 공사비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2020년 실측표 기준)에 따르면 건설산업의 수입 의존도는 3.4%다. 환율이 10% 상승하면, 일차적으로 0.34%의 비용 상승 압력이 작용한다.
자재별로는 △철근·봉강 △석제품 △합판 등 순으로 환율 변동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분석 결과 국내 건설에 투입되는 철근·봉강의 총량은 6조400억 원으로, 이 중 15%(9000억 원)가 수입품이었다. 석제품은 1조7700억 원이 거래됐고 이 중 31.2%(5500조 원)가 수입을 통해 공급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공사비지수는 130.18로, 전년 동월 대비 1.09% 올랐다. 기준선이 되는 2020년 1월(100)에 비해선 30% 이상 상승했다.
현장에서도 원자잿값 상승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2월 자재비 경기실사지수(건설업체가 구매하는 자재비의 체감 수준)는 56.1로 기준선(100) 대비 현저히 낮았다.
업계에선 건설사의 자재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별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 의원은 “부동산 침체와 함께 환율이 오르면 정부와 민간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분쟁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공사비와 분양가가 안정될 수 있도록 별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급격한 환율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각 기업만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입의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비축을 확대하고, 대체 수입국 발굴 등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환헤지(미래 환율을 현재 시점의 환율로 고정하는 거래)를 위한 금융 상품 가입 등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