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정복…칠 가이(Chill guy) 밈 활용법 [해시태그]

입력 2025-01-3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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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괜찮아~ 칠 가이(Chill guy)야

설 연휴 내내 들려온 ‘칠(Chill)’. ‘Chill’하게 보내자는 인사가 ‘설 인사말’로 들릴 정도였는데요. 세뱃돈도 ‘Chill’하게, 세배도 ‘Chill’하게, 차례도 ‘Chill’하게, 이동도 ‘Chill’하게 보낸 이번 설은 어떠셨나요?

청바지에 회색 스웨터, 빨간 캔버스 운동화 복장의 갈색 강아지. 솔직히 강아지라고 해서 그렇게 인식하는 것이지 처음에는 어떤 동물인지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얼굴인데요. 툭 튀어나온 코를 제외하곤 사람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이 강아지의 큰 특징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그저 무심하고 느긋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점이죠. 이 나른한 표정의 강아지가 바로 ‘칠 가이’입니다.


(출처=트위터 캡처(@PhillipBankss))
(출처=트위터 캡처(@PhillipBankss))


이 ‘칠 가이’는 2024년 후반 필립 뱅크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엑스)에 ‘나의 새로운 캐릭터(My new character)’라는 설명과 함께 업로드한 캐릭터인데요. 셀 수 없는 많은 캐릭터 중 하나였을 뿐인 이 ‘칠 가이’가 스타가 된 겁니다. 해당 캐릭터가 1년이 지나 틱톡 등 SNS 등에서 사용되면서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되면서부터죠.


(출처=바이비트)
(출처=바이비트)


사람과 강아지의 그 어딘가에 있는 얼굴과 묘한 표정 때문만은 아닌데요. 그 ‘사용법’이 참 맘에 든 거죠. ‘괜찮아’, ‘별일 아냐’의 기본 베이스가 가장 큰 장점입니다. 가장 익숙한 밈 사용법은 지아 마가렛의 ‘히노키 우드’ 같은 잔잔한 연주곡이 깔리고, 편안하고 감성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이 ‘칠 가이’가 서 있는 건데요. 대사는 ‘자막’으로 대신합니다. “Don’t stress it(스트레스받지 마)”, “Life’s messy, BRO(인생은 원래 엉망이야, 친구)” 등의 문구처럼 말이죠.

사람을 진정시키고 힘을 북돋는 편안한 ‘힐링 밈’인 셈인데요. 그 장점을 타고 코인(가상화폐)까지 번졌습니다. 지난해 11월 이 ‘칠 가이’ 캐릭터를 활용한 암호화폐가 등장한 건데요. 솔라나(SOL) 밈코인 플랫폼인 펌프펀 출신으로 말이죠. ‘저스트 어 칠가이(GHILLGUY)’ 토큰으로 발행한 이 코인은 앞서 시바견인 ‘가보스’가 2013년 ‘도지코인’의 모델이 된 것과 비슷한데요. 이 ‘칠 가이’ 밈 코인은 출시 12일 만에 전체 가상자산에서 164위를 차지했습니다.

펌프펀에서 레이디움으로 옮긴 ‘칠 가이’ 코인은 고점 기준 7000배 이상 급등했고, 한때 시가총액 2억 달러를 넘어섰는데요. 거래량이 1억 달러를 웃돌았죠. 엄청난 인기에 ‘칠 가이 토큰 구매 방법’ 등이 검색어로 등장했는데요. ‘도지코인’을 이은 밈 코인 투자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칠 가이’의 원작자 필립 뱅크스가 이 같은 경제적인 이익에 우려를 표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는데요. 코인과 관련된 논란에 부담감을 느낀 필립 뱅크스는 SNS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고, 자신의 캐릭터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이익을 얻는 사례를 두고 저작권 침해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사를 밝혔죠. 이후 ‘칠 가이’ 코인의 가격은 뚝 떨어졌습니다.


(출처=트위터 캡처(@chillguy__))
(출처=트위터 캡처(@chillguy__))


코인 시장에서는 한 때 붐을 일으킨 ‘밈코인’으로 끝나는 모양새지만 원작자가 두려워질 만큼의 엄청난 인기였다는 것은 확실한데요. ‘칠 가이’가 사회에 던진 메시지도 마찬가지죠.

칠(Chill)은 ‘차갑게 하다’라는 뜻의 단어로 흔히 흥분된 감정을 삭이고 여유를 가지라는 의미로 사용되는데요. ‘특별한 하루’가 아닌 ‘보통의 하루’에 만족하는 삶, ‘쿨한 삶’이 기본입니다.

바쁘고 더 바쁜 현대 사회에서 등장한 여유로움과 평화로움 가득한 ‘칠 가이’인데요. “스트레스 받지 마”라는 위로를 건네던 ‘칠 가이’를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하게 되면서 그 영향력은 더 커졌습니다. 완벽함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 지친 이들에게 큰 위로가 돼준 거죠.

긴장된 상황이지만 그저 ‘Chill~하게’ 손쉬운 일인 양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편안함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마감이 몇 시간 안 남았지만, 괜찮아~ Chill하게~”

“면접을 앞뒀지만, 괜찮아. Chill Guy야~”

“그냥 세상일이 원래 그래~ Chill하게 넘겨”

“넘어진 김에 잠을 청하는 Chill Guy일 때”

이처럼 짜증나고 긴장감 있는 생활을 그저 넘길 수 있는 스트래스 해소법 중 하나로 활용합니다.


(출처=트위터 캡처(@chillguy__))
(출처=트위터 캡처(@chillguy__))


국내로 넘어온 ‘칠 가이’는 풍자와 해학의 민족의 손을 거쳐 더 다채롭게 변화해 갔는데요. ‘여유’와 ‘쿨’, ‘멋짐’이란 키워드는 내포하면서도, ‘칠’이란 단어나 비슷한 발음 대신, 혹은 숫자 7 대신 사용하죠.

‘세뱃돈 Chill(7)만원 받는 법’, ‘Chill Chill 맞긴’, ‘두둥Chill’, ‘살Chill 걱정 없이’, ‘정말 Chill하게’, ‘나머지 Chill(7)억은 기부해 주세요’, ‘Chill하면 됩니다. 네, Chill했어요’, ‘비가 그 Chill줄 모르는군’ 등의 짤인데요. ‘언어유희’를 활용하면서도 여유는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려니’, ‘흘러가는 대로’, ‘그럴 수 있지’, ‘괜찮아’라는 자세가 불안감에 사로잡힌 이들의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 반응인데요. 인도 영어 신문 타임스 오브 인디아(The Times of India) 또한 “칠 가이는 바쁜 세상에서 차분하고 평온함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욕망의 심볼(상징) 같은 존재”라고 평했습니다.


(출처=트위터 캡처(@chillguy__))
(출처=트위터 캡처(@chillguy__))


앞서 밈으로 인기를 끌었던 ‘원영적 사고’와 ‘괜찮아 딩딩딩’과 그 궤를 같이하는데요. 너무 자신을 옥죄는 삶에서 느긋하고 긍정적이게 바라보자는 메시지죠.

이번 설에도 이 Chill함이 정말 필요했는데요. 국내외 복잡한 상황과 경제적인 상황, 또 각자에게 펼쳐진 험난한 앞길에 밝게 웃을 수만은 없었던 명절 연휴. 그저 Chill하게 넘기자는 마인드가 진정한 설 연휴를 쉼으로 만들어 준 Chill함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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