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성 못 잃어"…젠지 선택받은 브랜드들의 정체 [솔드아웃]

입력 2025-01-31 18:0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특정 아이템이 유행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인스타그램, 틱톡, X(옛 트위터), 핀터레스트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으로 트렌드가 뜨고 지는 주기는 더욱 짧아졌는데요. 수 개의 트렌드가 동시에 유행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획일화된 트렌드가 없다는 건데요. 이를 또 하나의 트렌드라고 칭할 수 있겠죠. 다 같은 유행보다는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주제에 더 깊게 몰입하는 '마이크로 트렌드'는 주류 문화로까지 정착한 모양샙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업계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개성과 취향, '추구미' 등이 세밀하게 맞물린 흐름이 등장하면서 유서 깊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라도 명성에만 기대지 않는데요. 특히 지난해엔 여러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들이 대규모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신선하고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이는 동시에 브랜드의 정통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짊어지고 있죠.

럭셔리 브랜드가 혁신을 추구하면서도 고유의 헤리티지(유산)를 지키는 한편, '젊음'으로 똘똘 뭉친 브랜드들도 있습니다. 흔히 '디브'라고 줄여 부르곤 하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대표적인데요. 과거 소수의 마니아층에만 먹혔다면(?) 현재는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대중성을 자랑합니다.

▲(출처=우영미 제공, 마뗑킴, 코이세이오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우영미 제공, 마뗑킴, 코이세이오 인스타그램 캡처)

우영미부터 코이세이오까지…국내 디브, 한국에서만 먹힌다고?

디자이너 브랜드는 통상 독립적인 디자이너 혹은 소규모 팀이 전개하는 브랜드를 의미합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수입 브랜드, SPA 브랜드 같은 기성 패션 브랜드가 시장을 이끌었다면, 온라인 기반으로 론칭했거나 적은 인원으로 시작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힙한 이미지를 구축하며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국내 1세대 디자이너 브랜드로는 송지오, 우영미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1990~2000년대 초반 론칭한 이들 브랜드는 패션의 성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패션위크에 참여하며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특히 우영미는 국내외 백화점 명품관에 입점한 데 이어 2023년엔 에르메스, 샤넬 등 럭셔리 브랜드 매장이 자리 잡은 파리 명품 거리 생토노레에 단독 매장을 오픈하는 등 유럽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 브랜드 하우스로는 이례적인 성과죠.

이 바통을 이어받은 브랜드들의 질주도 매섭습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쇼룸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는데요. 이미스, 글로니, 미닛뮤트, 그로브, 드파운드, 오버듀플레어, 킨더살몬 등 한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이들 브랜드의 쇼룸 앞은 언제나 캐리어를 끌고 찾아온 외국인들로 북적이곤 합니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K콘텐츠 덕분이겠죠. K뷰티에 이어 K패션도 주목받으면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도 속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메탈 프레임으로 소비자들에게 시그니처 디자인을 각인한 마뗑킴은 특히 Z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진출 및 확장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22일부터 28일까진 일본 오사카 한큐우메다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1주일 동안 약 9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죠. 운영 기간 오픈런을 하기 위한 고객들이 몰리면서 긴 대기 줄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이 기간에 발생한 온·오프라인 합산 매출은 6억 원에 달합니다.

마뗑킴은 올해 일본 도쿄는 물론 홍콩, 대만에 매장과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마뗑킴은 2023년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2배 성장했는데요. 지난해엔 1500억 원, 내년엔 2000억 원에 이를 전망인데요. 이 브랜드가 2015년 자본금 30만 원짜리 블로그 마켓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규모죠.

Z세대 감성을 저격한 모던하고 감각적인 디자인, SNS를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과 더불어 브랜드 인큐베이터인 하고하우스의 투자, 오프라인으로의 확장도 브랜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올해 성장세가 기대되는 디자이너 브랜드라면 코이세이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잘파세대 사이 높은 인기를 끄는 이 브랜드는 2022년 론칭했는데요. K팝 팬이라면 그룹 뉴진스가 입은 '공항룩' 브랜드로도 익숙할 겁니다.

매력적인 실루엣, 독특한 디테일, 스포티하면서도 귀여운 스타일을 자랑하는 코이세이오는 품절 상품의 경우 웃돈이 붙어 중고 거래되기도 하는데요. 론칭으로부터 약 2년 만에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쇼룸을 오픈했고요. 마스코트 캐릭터인 '고시오' 앞은 포토 스폿으로 통하기도 합니다.

백화점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에도 잘파세대 소비자들이 몰렸는데요. 지난해 신세계 센텀시티에서 열린 코이세이오 팝업스토어에선 잘파세대 매출이 절반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팝업에서는 첫날에만 해당 연령층의 고객 약 200여 명의 오픈런이 이어졌죠.

이외에도 산산기어, 오픈YY, 아모멘토 등 다양한 감성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사진제공=던스트)
▲(사진제공=던스트)

대기업도 '젊은 브랜드' 론칭 활발…확고한 '추구미'로 승부

특히 이들 브랜드의 활약은 신규 브랜드의 성공이 쉽지 않은 내수 시장에서 이뤄진다는 점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대기업들도 젊은 브랜드 론칭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던스트도 대기업 출신(?)입니다. 2019년 LF의 사내 벤처 프로젝트로 출발했는데요. 전반적인 브랜딩을 젊은 직원들이 주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젊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구조 자체가 달라야 한다는 목표 아래 브랜드의 방향성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브랜드 이름부터, 디자인, 기획, 생산, 마케팅 등 모든 의사 결정은 LF 임원과 대표이사의 결재 없이 진행됐죠. 파격적인 일입니다.

인재 영입도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해 이뤄졌습니다. 기획 3개월 만에 상품을 출시했고, 클래식하면서도 섬세한 디테일, 스타일리시한 핏을 강점으로 론칭 첫해 무신사, 29CM, W컨셉 등 패션 플랫폼에 입점, 다수 아이템을 상위 랭킹에 올리면서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죠. 매해 세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한 던스트는 2년도 채 되지 않아 흑자 전환했고, 이어 LF 자회사이자 독립법인인 씨티닷츠로 새롭게 출발했습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수년간 자체 신규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코텔로, 샌드사운드, 디 애퍼처, 앙개 등은 각기 확고한 콘셉트를 보여주는데요. 세분화된 요즘 소비자들의 추구미를 겨냥해 다양한 감성의 브랜드를 선보이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출처=꼼데가르송, 베이프, 휴먼메이드, 안셀름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꼼데가르송, 베이프, 휴먼메이드, 안셀름 인스타그램 캡처)

꼼데가르송→안셀름…패션으로 세계 뒤흔든 일본은 지금

일본은 자국 디자이너 브랜드로 일찍이 전성기를 맞은 바 있습니다.

일본 여행 기념품(?)으로 통하는 꼼데가르송은 1969년 론칭됐습니다. 일본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가 첫 여성복을 선보이면서 론칭한 브랜드로, 비대칭, 해체주의 등 파격적인 형식과 아방가르드한 무드로 패션 업계를 뒤흔들었죠. 레이 가와쿠보와 꼼데가르송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디자이너도 여러 명이고, 해외에서 인정받는 일본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꼼데가르송을 거치기도 했습니다.

레이 가와쿠보뿐 아니라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는 1970년, 요지 야마모토는 1972년 각각 자신의 이름을 딴 라인을 론칭하거나 레이블을 설립했는데요. 불과 약 10년 만인 1980년대엔 이들의 컬렉션으로 유럽 패션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각 디자이너의 철학과 개성이 파리 런웨이에서 빛나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났죠.

일본 스트리트 패션과 정신은 펑크로 시작해 펑크로 끝난다는 언더커버, 2000년대 한국에 짝퉁(모조품) 대란을 일으킨 베이프, 독특한 디자인의 스니커즈 미드솔로 잘 알려진 미하라 야스히로, 나이키와 협업 드로우 일정만 잡혔다 하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카이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2010년 이후 등장한 브랜드들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한국 첫 플래그십을 오픈해 화제가 된 휴먼 메이드는 말할 것도 없고요. 안셀름, 신야 코즈카, 슈가힐 등이 현지 젠지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안셀름은 2021년 일본을 베이스로 시작한 젊은 브랜드인데요. 배우 송혜교가 최근 영화 '검은 수녀들' 무대 인사에서 안셀름의 베이지색 코트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죠.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의 세대교체라고 하기엔 꼼데가르송, 이세이 미야케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최근 론칭한 젊은 신진 브랜드들도 빠르게 인지도를 쌓으면서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데요. 자신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새로운 디자이너 브랜드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출현할 것으로 보입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이 감성 못 잃어"…젠지 선택받은 브랜드들의 정체 [솔드아웃]
  • 알고리즘 정복…칠 가이(Chill guy) 밈 활용법 [해시태그]
  • GDㆍ준수도 탐낸 '차들의 연예인' 사이버트럭을 둘러싼 '말·말·말' [셀럽의카]
  • [종합]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6.5조'…반도체는 '2.9조' 그쳐
  • 비트코인, 파월 의장ㆍ라가르드 총재 엇갈린 발언 속 상승세 [Bit코인]
  • 겨울의 왕자 '방어'…우리가 비싸도 자주 찾는 이유[레저로그인]
  • 연휴 가고 다가온 2월...날씨 전망은
  • 생존자는 없었다…미국 워싱턴 여객기-헬기 사고 현장 모습
  • 오늘의 상승종목

  • 01.3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58,656,000
    • -0.62%
    • 이더리움
    • 5,039,000
    • +3.15%
    • 비트코인 캐시
    • 662,000
    • +1.69%
    • 리플
    • 4,683
    • -0.49%
    • 솔라나
    • 361,000
    • -1.23%
    • 에이다
    • 1,470
    • +0.55%
    • 이오스
    • 1,188
    • +2.41%
    • 트론
    • 386
    • +2.66%
    • 스텔라루멘
    • 643
    • +5.58%
    • 비트코인에스브이
    • 75,100
    • -0.27%
    • 체인링크
    • 38,770
    • +4.56%
    • 샌드박스
    • 814
    • +0.8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