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칼럼] ‘쩐의 전쟁’, 더는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입력 2025-02-0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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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中 딥시크 ‘가성비’ AI시장에 돌풍
美는 ‘스푸트니크 모멘트’라 평가
韓, AI생태계 분석 통해 흐름 타길

중국의 신생 스타트업 딥시크가 불러일으킨 충격파가 놀랍다. 인공지능(AI)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우리는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었다”고 토로했다. “챗GPT의 일부 기술을 공개할 것을 고려하나”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우리도 오픈소스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한 것이다.

‘역사의 잘못된 편’은 폐쇄형 모델을 가리킨다. 오픈AI는 출범 초기 AI 연구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해 놓고도 챗GPT를 폐쇄형 모델로 운영해 왔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도 수익 창출이 용이한 폐쇄형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AI 개발 정보 전반을 공개하는 오프소스 모델을 선택한 것은 메타, xAI 등 후발주자들뿐이다. 오픈소스 전략은 집단지성을 통해 혁신을 가속화할 여지가 많지만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 선발 주자들에겐 매력이 없다. 올트먼 CEO의 급선회는 오픈소스를 들고나온 딥시크로 인한 압박감이 크다는 뜻이다. 올트먼은 시장 주도권 상실을 우려하는 것이다.

딥시크는 나스닥을 비롯한 주요 증시에서도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AI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 시가총액은 지난달 27일 1조 달러 안팎 증발했다. 대지진이나 다름없다. 엔비디아만 보면 단 하루 새에 16.97% 급락이다. 다음날 8.93% 반등했으나 29일, 31일 하락해 지난주 종가(120.07달러)는 27일 종가 부근으로 되돌아갔다. 독주 체제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의구심과 무관치 않다.

대지진의 진앙에 해당하는 것은 딥시크의 가성비다. 딥시크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V3’는 557만 달러의 저비용으로 개발된 고성능 생성형 모델이다. 여느 빅테크의 10분의 1, 혹은 18분의 1 비용만 썼다. 지난달 20일 선보인 ‘R1’은 추론 문제에 특화한 저비용 모델로 기존 모델을 능가하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입증됐다고 한다.

오픈AI는 최근 ‘o3-미니’를 출시했다. 즉각적 응전이다. 하지만 충격파를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다. 혁신의 문법이 원래 그렇다. 한 번 신세계로 나아가면 낡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 AI 시장은 시쳇말로 ‘쩐의 전쟁’ 논리가 통하는 무대였다. 천문학적 자금 투입이 가능한 미국·중국이 전면에 나선 것도, 빅테크들이 개발 전선을 누비는 것도 바로 그래서였다. 딥시크는 그 통념에 큰 의문부호를 찍었다. ‘쩐의 전쟁’이 더는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의문부호다. ‘게임 체인저’가 등장한 것으로 봐야 한다. 주가 등락만 보고 울고 웃을 계제가 아니다.

실리콘 밸리의 유명한 벤처투자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문역인 마크 앤드리슨은 R1에 대해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고 했다. 1957년 냉전 시대에 옛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서방 세계를 뒤집은 것만큼이나 충격적이라고 평한 것이다. 공감이 가고도 남는다.

물론 딥시크 성취를 확신할 단계는 아니다. 데이터 무단 도용, 개발 비용 축소 등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객관적 가치 평가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응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다시 없는 자극제가 나타났다는 점만은 틀림없다.

한국은 ‘AI 3강’을 꿈꾸는 국가다. 미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꿈이다. 최근엔 2조 원 규모의 AI 컴퓨팅 센터 구축 청사진도 발표했다. 때마침 재무 능력에 관계없이 AI시대 주역을 넘볼 수 있다는 희망의 롤모델이 등장했으니 여간 반갑지 않다. 집중 연구가 필요하다. ‘V3’, ‘R1’ 모델만이 아니라 딥시크까지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중국 AI생태계 전반에 대한 연구·분석도 필수불가결하다.

강진이 발생하면 거의 항상 작은 여진이 뒤따른다고 지진학계는 가르친다. 여진은 약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때론 본진보다 더 강력하다. 딥시크발 대지진이 앞으로 어떤 AI 세상을 재구성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번 대지진보다 더 큰 놈이 올 수도 있다. 섣부른 예단이 아니라 적응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한 발이라도 앞서나갈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중국만의 잔치, 미국만의 스푸트니크 모멘트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곱씹을 국면이다. trala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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