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답 있죠”…발로 뛰는 ‘라면 구청장’ 김미경 은평구청장

입력 2025-02-0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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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 중심 정책으로 ‘라면 구청장’ 별명
아이맘 택시‧자립준비청년청 등으로 성과
신분당선 연장, 신사고개역은 아쉬운 사업
“문화 중심으로 은평의 미래 그려갈 것”

▲3일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 중인 김미경 은평구청장. (사진제공=은평구)
▲3일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 중인 김미경 은평구청장. (사진제공=은평구)

“현장에서 가장 많은 것을 느끼려고 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민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구정을 펼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구정 철학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짧지만 가볍지 않은 대답을 이같이 내놨다. 언제나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으로 많은 시간을 주민들과 가까운 곳에서 보내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설계한다는 철학이자 다짐이다.

최근 김 구청장에게는 ‘라면 구청장’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붙었다. 라면처럼 친숙하고 어렵지 않다는 의미도 있지만 ‘~라면’이라는 가정법이다. ‘내가 장애인이라면’, ‘임산부라면’, ‘노인이라면’ 등등 스스로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 됐다는 가정하에 어떤 점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모습에 빗대 만들어진 별칭이다.

‘라면 구청장’의 고민으로 탄생한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아이맘 택시’다. 아이맘 택시는 임산부, 영유아 가정을 대상으로 한 전용 무료 택시 서비스로 지난 2020년 은평구가 전국 최초로 실시한 보육교통 서비스다. 사업 시작 이후 회원 수 8404명, 누적 운행 수 5만2386건으로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것은 물론 서울시의 ‘서울엄마아빠택시’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은평구는 아이맘 택시에 이은 ‘아이맘 상담소’를 통해 영유아, 양육자, 보육교직원들의 심리상담을 돕고 있기도 하다.

김 구청장은 “아이맘 택시 등 아이맘 브랜드는 ‘내가 임산부라면’이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정책”이라며 “현장에서 많은 대화를 통해 수요자가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고 실현 가능한 것을 정책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맘 택시 앞에서 사진을 촬여하고 있는 김미경 은평구청장. (사진제공=은평구)
▲아이맘 택시 앞에서 사진을 촬여하고 있는 김미경 은평구청장. (사진제공=은평구)

김 구청장의 현장 중심 구정이 빛난 또 하나의 사례는 ‘자립준비청년청(자준청)’이다. 자준청은 18세(연장 시 25세)에 아동보호시설을 나와 독립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진정한 독립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자립준비청년들의 특성상 지속적인 만남과 지원이 이뤄지기 어렵지만 구청장보다는 가족 또는 친척 같은 모습으로 꾸준히 청년들에게 다가가며 그들의 마음을 열 수 있었다. 몇몇 청년의 경우 김 구청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가족사진처럼 집에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김 구청장은 “자립준비청년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자준청을 만들었다”면서도 “처음에는 얼굴도 잘 안 보려고 하고, 사진을 찍는 것도 피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구청장은 “그러나 크리스마스에는 파티도 열고, 추석‧설 등 명절에는 모여서 만두도 빚고 떡국도 만드는 등 일상적일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며 “덕분에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게 됐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기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찾아가는 아파트 주민 소통 간담회 ‘찾아간담’,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요즘 어때?’ 등 다양한 간담회 역시 김 구청장이 누비고 있는 현장들이다.

다만 자치구 입장에서 독자적인 사업을 만들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다. 제한된 예산 때문이다.

김 구청장은 “은평구의 경우 예산안 중 64%가 복지예산이며 기타 필요한 경비를 빼고 나면 구청장이 쓸 수 있는 예산이 굉장히 한계가 있다”며 “돌봄시설과 어르신, 청년 인구가 많은 은평구 입장에서 사업을 꾸리기에 살림이 빠듯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라고 아쉬워했다.

제한된 예산으로도 현장 중심의 정책 설계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김 구청장이지만 7년째 구정을 이끌며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달 자립준비청년과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김미경 은평구청장. (사진제공=은평구)
▲지난달 자립준비청년과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김미경 은평구청장. (사진제공=은평구)

김 구청장은 “임기 내 가장 아쉬웠던 것을 꼽으면 단연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라며 “당연히 경제성을 따져야 하지만 경제성만 논의하게 되면 불균형하게 발전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구청장은 “교통 체계가 갖춰지면 사람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며 “향후 신분당선 연장 사업은 경제성 외에도 개발로 인한 지역발전 가능성 등을 포함한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서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사고개역’을 제외한 계획안으로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를 통과한 고양은평선 역시 김 구청장에게는 아픈 손가락이다.

김 구청장은 “고양은평선 계획안이 대광위의 승인을 받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신사고개역 신설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봉산터널 개통 이후 교통량 증가로 은평구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음에도 경기도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구청장은 “이미 구민 3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는 등 신사고개역 설치는 은평구민들에게도 숙원 사업이 됐다”며 “봉산터널 근처 신사동에는 가까운 지하철역도 없는 만큼 반드시 신사고개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쉬움을 느끼는 사업도 있지만 김 구청장은 올해도 은평구의 미래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지속할 계획이다. 특히 구민들에게 호응이 좋은 ‘1동 1대학’ 사업은 운영 추이를 살펴보며 향후 사업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김 구청장은 “은평구 관내에 대학은 ‘서울기독대학교’가 유일해 학습 시설이 필요하다는 구민들의 꾸준한 요청이 있었다”며 “이에 물리적인 캠퍼스 유치가 어렵다면 소프트웨어로 대학을 유치하자는 발상으로 1동 1대학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구청장은 “1동 1대학은 은평만의 평생학습 성과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학습도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며 “향후 1동 1대학이 안정되면 1동 2대학‧3대학 등으로 확대도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문화를 무기로 은평구의 미래를 그려갈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은평에는 수색-불광천-혁신파크-연신내-진관으로 이어지는 축이 있다”며 “문화를 바탕으로 이 축이 개발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GTX-A 노선이 들어오는 연신내 일대도 굉장히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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