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 확충, 주주충실 의무 당부
이재용 무죄 “국민께 사과...자본시장법 개정 필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기업의 경영권은 권리가 아니라 주주에 대한 의무라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6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한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박세영 노무라 금융투자 전무, 이진영 NH-아문디자산운용 본부장 등 금융업계와 학계‧연구기관, 개인‧기관투자자가 참석해 한국 증시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현재 우리 자본시장은 선진국 시장과의 격차 및 가상자산 시장의 도전을 받는 '양면 전쟁'(Two-Front War)의 위기에 놓여있다”며 “시장 내 혁신산업 성장 지연 및 투자자의 미국 주식시장 쏠림 등으로 자본시장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통상 마찰과 기술 패권 경쟁이 자본시장의 펀더멘탈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면서 “자본시장 내 장기투자 수요 확충, 기업 경영진의 주주충실 의무, 자본시장 개혁의 조속한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장기투자는 시장 안정과 투자자 재산 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위한 필수 요소”라며 “최근 미래의 핵심 투자자인 청년층의 국내 증시 이탈이 심화하며 한국 증시의 성장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장기투자 수요 기반 확충을 위한 구체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기업 경영진에 대한 주주충실 의무도 당부했다.
그는 “지난해 기업 합병 및 공개매수 과정 등에서 나타난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갈등은 경영진의 독단적 의사결정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음을 보여줬다”며 “기업은 형식적인 정보 제공 수준을 넘어 의사결정 과정에 주주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개혁도 신속히 추진해 성과를 내겠단 각오를 밝혔다. 이 원장은 “주주이익 보호를 위한 법령 개정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그간의 추진력을 살려 성과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 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무죄 선고에 대해 사죄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공소를 제기한 담당자로서 법원을 설득할 만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점에 대해 결과적으로 국민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분식회계, 주가시세 조종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지 4년 5개월 만에 1, 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이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이 원장이 부장검사로 있었던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가 수사해 2020년 9월1일 기소했다.
이 원장은 다만, 이번 재판 결과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법률 개정 필요성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사건부터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사건에 이르기까지 사법부가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법 문헌만으로는 주주보호 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적 분할, 합병 또는 다양한 특수 거래에 있어서 주주가치 보호 실패 사례 등을 막기 위해서는 법 해석의 의지보다 입법적으로 자본시장법 등을 포함한 다양한 법률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자명해 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