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대본 아니죠?"…이영자→주병진, 우리는 왜 '중년의 사랑'에 열광할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5-02-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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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이영자(왼쪽부터), 배우 김승수, 양정아, 주병진. (출처=KBS Joy·KBS2 ‘오래된 만남 추구’, SBS '미운 우리 새끼', 뉴시스)
▲방송인 이영자(왼쪽부터), 배우 김승수, 양정아, 주병진. (출처=KBS Joy·KBS2 ‘오래된 만남 추구’, SBS '미운 우리 새끼', 뉴시스)

왐마야…

설렘 지수를 한껏 드높이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가 굳건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프'로 줄여 부르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은 지상파와 비지상파 채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웹 예능 등 플랫폼을 막론하고 전파를 타고 있는데요. '남의 사랑'을 보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던 시청자들도 이젠 웬만한 장면 아니면 "왐마야" 탄성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단순한 '사랑 찾기'로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없을 정도로 연프가 숱하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연프들은 저마다 '킥 포인트'로 변화를 꾀하는데요. 헤어진 연인들이 한 곳에 모이거나 친남매가 등장해 각자의 사랑을 탐색하고, 이혼을 경험한 사람들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출사표로 카메라 앞에 서기도 합니다. 심지어 무당, 퇴마사, 역술인 등 점술가까지 출연하는 게 요즘 연프죠.

수많은 포맷과 소재, 출연자 직업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끄는 요소가 있습니다. 40대부터 많게는 60대까지, '중년'의 사랑도 등장한 건데요. 연프가 2030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입니다. 4050은 물론 60대 이상 세대에도 핑크빛 로맨스가 확산하고 있는데요. 중년의 사랑을 다루는 연프가 특별한 건, '진정성' 하나로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시청자층의 관심을 받는다는 겁니다.

▲(출처=KBS JOY·KBS2 '오래된 만남 추구')
▲(출처=KBS JOY·KBS2 '오래된 만남 추구')

이영자·지상렬 '입담'만 빛날 줄 알았는데…핑크빛 로맨스 '반전'

지난달 말 베일을 벗은 따끈따끈한 연프도 중년의 사랑을 다룹니다.

지난달 26일 첫 방송된 KBS Joy·KBS2 예능 프로그램 '오래된 만남 추구'(이하 '오만추')는 동료에서 연인으로 거듭날 꺼진 인연 다시 보기 프로젝트입니다. 연예계 싱글들이 동료로 스쳐 지나간 인연을 돌아보면서 미처 알아채지 못한 진짜 인연을 찾는 과정을 그리는데요. 방송인 이영자와 김숙, 배우 장서희, 우희진이 출연하죠. 남자 출연자 라인업에는 방송인 지상렬과 배우 구본승, 황동주, 이재황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사실 '오만추'는 방송인 송은이와 김숙의 기획에서 출발했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에서 '나는 솔로' 50대 연예인 특집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비보티비 공식 사회관계서비스(SNS) 계정에도 '나는 솔로' 50대 연예인 특집 라인업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송은이와 김숙, 이영자, 주병진, 지상렬, 김영철 등이 이름을 올리면서 "벌써 재밌다", "당장 편성해달라" 등 열띤 반응을 자아냈죠.

'나는 솔로'는 ENA와 SBS Plus에서 방송 중인,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솔로 남녀들이 모여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극사실주의' 데이팅 프로그램인데요. 매 기수 많은 관심을 받는 만큼 비보티비에서 50대 연예인 특집을 준비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였죠.

이 같은 공지는 재미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비보티비 측도 당황해 "실제 진행 계획은 없다"고 해명하며 게시물을 삭제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졌는데요. 두 사람의 농담 섞인 기획이 '오만추'로 탄생하게 된 거죠.

캐스팅에 응하긴 했으나, 출연자들도 내심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모두 연예계에 오래 몸담으면서 안면이 있는 만큼 '진짜 이성적 호감이 생길 수 있겠냐'는 걱정이었는데요. 송은이, 김숙, 지상렬은 과거 MBC '무한도전'의 소개팅 특집 '로맨스가 필요해'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질색한 전적도 있습니다. 당시 '무한도전' 소개팅 특집은 "난 뽀뽀하고 싶지 않아 제동이랑!"(송은이), "저분들과 (막역한 사이라) 반신욕도 할 수 있다"·"차라리 나라에서 공짜로 주는 꽁보리밥을 먹겠다"(지상렬) 등 수많은 명대사를 남기며 파국으로 마무리됐죠.

이번 '오만추'에서도 출연자들은 서로를 마주하고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는데요. 분위기는 금세 달라졌습니다. 특히 이영자와 황동주의 케미스트리가 화제를 빚었죠. 황동주는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영자를 이상형으로 꼽은 바 있습니다. 황동주는 "힘들었던 무명 시절 (이영자가) 나오는 걸 볼 때마다 힘이 됐다", "다시 만난 후 훨씬 편해지고 더 좋은 것 같다"고 일편단심을 드러냈습니다.

이영자도 늘 묶고 다니던 머리카락을 풀고 안경을 벗으면서 확 달라진 스타일로 이목을 끌었는데요. 그는 "나는 다큐멘터리로 알고 나왔다.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오지 못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천천히 누군가와 만남을 해보고 싶다"는 속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영자와 황동주의 핑크빛 기류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가운데, 또 다른 러브라인도 등장해 혼란함을 자아냈습니다. 9일 방송에서는 이영자가 황동주 대신 이재황을 선택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는데요. 이재황은 갑작스러운 선택에 당황하면서도 데이트를 이어가면서 "소녀 같은 부분이 있다"며 이영자의 새로운 매력에 고개를 끄덕였죠.

'오만추'는 비교적 호흡이 짧은 5부작으로 편성됐는데요. 그런데도 적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이거 진짜냐. 제발 방송용 아니고 진짜라고 말해달라", "연프 안 보는데 이건 본다", "아는 언니들, 삼촌들 연애 훔쳐보는 느낌이라 재밌다" 등 설렘을 표하고 있죠.

▲(출처=SBS Plus·ENA ‘나는 SOLO,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
▲(출처=SBS Plus·ENA ‘나는 SOLO,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

화제성 자체 최고 기록한 '나솔사계' 돌싱편…방송 이후 일상까지 '눈길'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볼 수 있다(?)고 정평이 나 있는 '나는 솔로'는 2021년부터 방송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매 기수가 시작될 때마다 관심을 끄는데요.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 그후 사랑은 계속된다'(이하 '나솔사계')에는 중년들이 등장하면서 본편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죠.

이번 '나솔사계'는 방송 최초 돌싱 특집으로 꾸며졌습니다. 이혼을 경험한 '나는 솔로' 10기, 16기, 22기 여성 출연자들이 한 번 더 방송에 나와 진정한 사랑을 찾아 나섰는데요. 출연자 라인업부터 최커(최종 커플), 현커(현실 커플)까지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나솔사계'에서는 출연자들의 최종 선택이 그려졌습니다. 이날 방송은 2.6%(전국 유료 가구 기준, ENA·SBS Plus 합산 수치)의 시청률을 기록했는데요. 분당 최고 시청률은 3.1%까지 치솟았습니다. '나솔사계'는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이 집계하는 펀덱스 차트 '비드라마 TV-OTT 화제성'(1월 27일 발표)에서도 2위를 차지한 '나는 솔로'에 이어 9위에 올라, 2022년 첫 방송한 이래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혼 경험이 있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40대 안팎의 출연자들이 대다수였지만, '남녀 2049' 타깃 시청률에서 동시간대 1위를 수성해 눈길을 끌었죠.

2049 시청률은 광고주들의 주요 지표이자 채널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20세부터 49세 사이 남녀의 개인 시청률을 말하는데요. 일반 시청률이 10대부터 60대 이상 남녀 인구 모두를 총괄한다면, 2049 시청률은 20대부터 40대까지, 광고에 영향을 받아 높은 구매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연령층의 시청률을 뜻합니다.

다만 방송이 다양한 연령층에서 화제를 빚으면서 뜻밖의 부작용도 속속 포착됐습니다. '나는 솔로' 거의 모든 기수에서 불거진 폭로가 '나솔사계' 돌싱 특집에서도 어김없이 나온 건데요. 한 남성 출연자가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빚투'부터 방송 이후 출연진 사이의 환승 연애, 스토킹 등 구설이 이어졌죠.

방송인 주병진의 맞선으로 화제를 빚은 tvN STORY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도 빼놓을 수 없는 중년 연프입니다. 주병진은 최지인, 김규리, 신혜선 등 세 명의 여성과 맞선을 진행했는데요. 카메라 앞이지만 상대를 알아보고자 하는 진중한 태도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히 3일 방송에서 주병진은 "보시면서 방송용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는데요. 그는 "진정한 친구로 시작해 이성 친구로 발전하고 사랑으로 거듭나길 저도 희망한다"며 신혜선과 본격적인 1대1 데이트에 나섰습니다.

지난해에는 JTBC 시니어 연애 예능 '끝사랑', TV조선 '공개 연애 - 여배우의 사생활' 등이 잇달아 방송돼 주목받았는데요.

연프는 아니지만 중년 출연자들의 러브라인으로 화제를 빚는 예능도 많습니다. 채널A '요즘 남자 라이프 - 신랑수업'에 출연 중인 김일우는 박선영에게 직진하면서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고요. 20년 지기 절친인 배우 김승수와 양정아는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선보인 러브라인으로 안방극장을 핑크빛으로 물들인 바 있죠. 다만 지난해 말 방송에서 양정아는 "우리가 나이도 있고, 인연을 만나게 되면 특히 너는 결혼으로 가야지 싶다. 네가 행복하게 가정 꾸리고 너 닮은 아이들도 낳고 안정되게 사는 걸 친구로서 보고 싶다"고 김승수의 고백을 거절했는데요. 청산(?)된 두 사람의 러브라인에 아쉬워하는 시청자가 적지 않습니다.

▲(출처=넷플릭스 '솔로지옥 시즌4')
▲(출처=넷플릭스 '솔로지옥 시즌4')

예전만 못한 '솔로지옥', 왜?…돌고 돌아 '진정성' 찾는 시청자들

연프가 인기를 끌면서 수많은 포맷과 소재가 쏟아지는 요즘. 채널A '하트시그널', 넷플릭스 '솔로지옥', 티빙 '환승연애' 등 시즌제로 맥을 이어가는 프로그램도 다수인데요. 안타깝지만 새 시즌이 베일을 벗을 때마다 이전 시즌만 못한 화제성을 보여주는 실정입니다.

첫 시즌은 새로운 포맷과 전개 방식으로 신선함을 주지만, 새 시즌이 공개될 때마다 비슷한 포맷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흥미를 잃기 쉽습니다. 이에 스타성 있는 출연자 발굴에 공을 들이기도 하지만, 설렘을 주는 대신 가벼운 언행으로 손가락질 받기 십상이죠.

무엇보다 최근 연프는 '인플루언서 등용문'이라고 불릴 만큼, 사랑이 아닌 '팔로워' 찾기에 몰두한 출연자들이 줄지어 등장하고 있습니다. 자기 홍보를 위해 출연한다는 건데요. '하트시그널', '솔로지옥' 등 대형 프랜차이즈(?)로까지 자리 잡은 연프가 받는, 뼈아픈 지적이죠.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각종 연프의 도파민에 지친 시청자들은 중년의 연프에서 볼 수 있는 진정성에 귀 기울였을 겁니다.

특히 이혼과 재혼, 인생 2막의 새로운 사랑과 같은 소재는 드라마틱한 서사로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요. 출연자들이 과거의 상처를 딛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은 젊은 세대는 물론 동년배에게도, 인생 선배에게도 공감과 위로, 응원까지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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