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양치기 소년, 나라살림 이렇게 해도 됩니까

입력 2025-02-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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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했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 탓이다.

지난해 5월, "전년(2023년)과 같은 대규모 세수 결손은 없을 것"이라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은 1년도 안 돼 거짓말이 돼버렸다.

지난해 정부가 본예산으로 잡아놓은 세입보다 30조8000억 원이 덜 걷혔다. 오차율 -8.4%. 2023년 본예산 대비 51조9000억 원 부족했던 것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한 셈이다. 세수 펑크 주범은 법인세였다. 기업 실적 악화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정부가 2023년부터 법인세율을 일괄 1%포인트(p) 낮춘 이른바 감세정책을 밀어붙인 영향도 크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내놓은 재추계치 결과와도 1조 원 넘는 차이가 난다. 당시 기재부는 올해 29조6000억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불과 넉 달 만에 추가로 근로소득세 7000억 원, 부가가치세 1조5000억 원이 빠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는 올해 국세 수입을 382조4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작년보다 46조 원가량의 세금을 더 걷어야 달성 가능한 수치다.

그러나 현실이 녹록지 않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서 통상 환경에 적신호가 켜졌다. 쪼그라든 소비 심리도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정치적 불확실성도 장기화 국면 진입이 불 보듯 뻔하다. 이대로라면 올해도 대규모 세수 결손을 피하기 어렵다.

세수 추계는 나라 살림의 기본이다. 세수 추계가 계속 빗나가면 재정 당국의 신뢰도는 바닥을 칠 수밖에 없다. 어느 때보다 정부의 현실 직시 능력과 솔직함이 필요할 때다.

재정 당국이 내놓은 정책의 신뢰가 떨어지지 않도록 세수 추계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상황 변화를 예민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 외에도 더 많은 전문가가 세수 추계 과정에 참여해 예측 오차를 줄여야 한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는 사치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솔직함도 필요하다. 그저 잘 될 거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은 재정 기반을 뒤흔든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세수 추계는 1년도 안 돼 또 거짓임이 들통날 게 뻔하다.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의 교훈은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말자"가 아니다. 거짓말이 반복되면 결국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곳간 지기의 거듭된 거짓말로 대다수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할 수도 있다.

이제는 거짓말을 멈춰야 할 때다. 올해도 세수 추계에 실패해 3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이 현실화하면 국민이 등을 돌릴 게 뻔하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곳간 지기답게 더욱 꼼꼼하게 세수 추계 작업을 해야 한다. 기재부 스스로 '양치기 소년'이라는 꼬리표를 뗄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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