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하늘이와 우려의 목소리…우울증은 죄가 없다 [해시태그]

입력 2025-02-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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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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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가 하늘의 빛나는 별이 됐습니다.

14일 오전 대전 건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김하늘(8) 양의 발인식이 엄수됐습니다. 이날 영결식장은 하늘 양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러 온 가족들과 추모객들로 가득했는데요. 설동호 대전교육감을 비롯해 많은 교직원과 학부모들도 함께했습니다. 하늘 양의 영정사진을 앞세운 유족들은 운구차가 장례식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오열했는데요. 가족들의 모습은 참석한 모든 이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학교 밖 담장과 합동분향소에는 국화꽃과 하늘 양을 위한 선물, 추모 쪽지가 이어졌습니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하늘 양에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편히 쉬길”, “예쁜 별에서 행복하길” 등의 염원을 적은 글을 남기며 추모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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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양의 사망 소식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8살 초등학교 1학년생이 피살된 장소가 매일 등교하던 학교, 가해자가 학교 선생님이었기 때문이죠. 하늘 양은 10일 오후 6시께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 건물 2층 시청각실에서 같은 학교 교사 A 씨에게 피살당했습니다. 뉴스 보도 이후 모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죠.

충격 속 빈소를 차린 뒤 하늘 양의 아버지 김 씨는 12일 건양대 장례식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공개적으로 여야 대표와 장원영의 조문을 부탁했습니다. 김 씨는 “제가 원하는 건 앞으로 우리 하늘이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는 것”이라며 “보고 계신다면 오늘 와서 제 얘기 좀 꼭 들어달라. 내일은 입관식, 모레는 발인이라 제가 대응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요청했죠. 그러면서 하늘 양이 그룹 ‘아이브’의 팬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하늘이 꿈은 장원영 그 자체였다. 바쁘시겠지만, 가능하다면 하늘이 보러 한번 와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12일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하늘 양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12일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하늘 양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씨의 요청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는데요. 이들은 유가족을 만나 위로와 애도의 뜻을 표하고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죠.

하지만 김 씨의 이 같은 요청은 논란을 불러왔는데요. 하늘 양을 위한 마음은 알겠으나, 과했다는 의견들이었죠. 김 씨의 발언 이후 장원영의 인스타그램에는 “하늘 양의 조문을 와달라”는 요청글이 쇄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발언과 요청들이 ‘강요한다’라는 비난을 받았죠. 앞서 아이브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빈소에 ‘가수 아이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문구가 적힌 근조 화환을 보낸 것을 언급하며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선을 넘었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습니다.

천하람 개혁신당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또한 해당 의견에 동조하며 “혹여 만에 하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나에게 어떤 변고가 생기면 내가 좋아했던 아이돌이 조문을 오는 거냐’ 이런 잘못된 생각을 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는데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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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김 씨 또한 “생전 하늘이가 좋아한 아이브 장원영 씨가 아이를 보러 와주길 부탁한 건, 말 그대로 강요가 아니라 부탁이었다”며 “아이에게 정말 좋아해 꼭 보고 싶어 했던 원영 씨를 별이 된 지금이라고 보여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강요 갑론을박 논란’ 등 함부로 쓴 기사들을 보니 정말 더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하늘 양이 사망 선고를 받은 직후 모든 시선은 하늘 양 옆에서 발견된 여교사 A 씨로 향했는데요. A 씨는 수술을 받기 직전 경찰에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습니다. 이후 A 씨가 지난해 12월 초 정신적 문제로 6개월 단기 휴직에 들어간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의사로부터 정상 소견 판정을 받고 지난해 말 20여 일 만에 조기 복귀했다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죠.

A 씨의 정신병력 과거가 밝혀지며 또 다른 걱정이 터져 나왔는데요. 바로 우울증 환자를 향한 낙인 우려입니다. tvN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던 나종호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우울증은 죄가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가해자는 응당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입니다만,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우울증 휴직 전력을 앞다퉈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며 “(우울증을 앞세운 보도는) 우울증에 대한 낙인을 강화해 도움을 꼭 받아야 할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만들어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당부했는데요. 그러면서 “같은 나이 딸을 둔 아버지로서 너무나 가슴이 아픈 일이고, 피해자의 부모님이 느끼고 있을 감정은 감히 상상도 가지 않는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은 부디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길 기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초등학생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에 12일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고 김하늘 양을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초등학생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에 12일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고 김하늘 양을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A 씨의 범행 원인으로 우울증 등 특정 정신질환이 지목되는 것에 우려를 표한 건데요. 자칫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효과’가 커질 수 있고 환자들도 치료를 받는 대신 주변 시선을 의식하고 두려워하며 숨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국내 환자는 100만32명에 달하는데요. 그러나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인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보도 권고기준’을 강조했는데요.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와 한국기자협회,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 마련한 기준에는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의) 정신질환 병력이 확인됐어도, 사건·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지기 전에 이를 암시해서는 안 된다’, ‘정신질환이 사건·사고와 연관되었다 하더라도 이것을 범죄의 유일한 원인으로 단정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외에도 해당 교사의 질병 휴직과 복직 과정에서 허점이 있었는지에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A 씨는 교사가 된 지 1년 만인 2000년 교육장 표창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비교적 최근인 2020년까지 9차례에 걸쳐 상장을 받은 바 있습니다. 징계를 받거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으며, 교직 생활 중 민원이 제기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죠.

그러나 A 씨가 동료 교사 팔을 꺾는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자 대전시교육청에서 범행 당일에 장학사 2명을 보내 현장 조사를 벌였는데요. 이들은 “내일(11일)부터 학교에 출근하지 말고 병가나 연가를 써라”라는 권유를 학교 측에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날 하늘 양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는데요. 그 모든 과정이 더 치밀하고 신속하게 진행됐다면 하는 아쉬움이 담긴 의견이 나오는 이유죠. 현재 경찰은 A 씨를 살인 혐의로 입건했으며 그가 회복하는 대로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구속영장 청구를 신청할 방침입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죽음. 이 참혹한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괴로울 뿐인데요. 이를 지켜본 모든 이들이 별이 된 하늘 양의 마지막 가는 길의 평안을 위해 더 많은 관심과 고민을 기울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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