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경제요인 리스크 효과적 통제…韓시장 빠르게 회복"
3대 신평사 "계엄·美 정책, 신용등급 변동 요인 아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정부의 한국 경제 투자설명회(IR)가 열렸다. IR을 주도한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는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와 해외 투자자를 향해 "최근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헌법과 관계법률에 의거해 질서 있게 해소되고 있다"며 한국의 안정적인 경제 시스템에 대한 국제사회의 변함없는 신뢰를 당부했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 대사는 11~14일 홍콩과 싱가포르를 찾아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IR에 나섰다.
13일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 호텔에서 열린 IR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중의 하나인 핌코(PIMCO) 등 글로벌 주요 자산운용사의 고위급 임원이 참석했다. 우리 정부도 계엄 사태 이후 첫 IR인 만큼 기재부를 비롯해 금융위원회, 한국투자공사, 국제금융센터 등 주요 기관이 가세했다.
본행사는 △한국의 현재 상황 △한국의 개선된 투자 환경 등에 대한 최 대사의 발표로 시작됐다. 최 대사는 한국의 정치·경제 현황에 대해 법률에 따른 최근의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기류를 전하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국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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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사는 "계엄 선포 직후 신속하게 시장안정조치를 발표하는 등 견고한 경제 시스템을 통해 비경제적 요인에 따른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했고,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한국의 금융·외환시장은 빠르게 회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 신용등급 및 전망(AA-·안정적)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고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CDS(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도 계엄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등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사회 신뢰도 여전하다"고 했다.
최 대사는 한국의 높은 투자가치와 글로벌 투자자의 접근성 제고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주식·채권·외환시장으로 나눠 설명했다.
최 대사는 "세계 9위 수준의 안정적 외환보유액, 1조 달러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 순대외금융자산, 주요국 대비 크게 낮은 정부부채 비율은 한국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을 보여주고 있다"며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에서의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작년 수출 규모는 전 세계 6위로 전년대비 2계단 상승했고 경상수지 흑자는 1000억 달러에 근접하며 역대 2위를 기록했다"고 했다.
이어 "주식시장 투자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작년 6월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후속조치를 추진했고 개선된 제도가 3월 말 원활히 시행돼 공매도가 재개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 구축 등을 차질없이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작년 2월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의 공시 참여 증가 등 점진적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앞으로도 세제지원 방안 재추진,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지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사는 "세계 12위 규모의 한국 국채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외국인투자등록제(IRC) 폐지, 외국인 투자자 국채투자 비과세 등 접근성 제고 노력에 힘입어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예정"이라며 "외환시장도 작년 7월부터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허용하는 등의 '외환시장 구조개선'을 시행하고 있고 올해 초에는 외환중개 인프라 선진화 조치 등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최 대사는 밸류업 추진 계획과 관련한 투자자들의 질문에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정치적 상황변화 등과 무관하게 긴 호흡으로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며 "우수기업 표창, 백서 발간 등 기존 정책의 후속조치와 함께 기업공개(IPO) 공모가 합리성 제고, 상장폐지 요건·절차 강화 등 증시의 구조적인 제도개선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신정부의 관세 정책 대응 방안에 대한 물음에는 "대상품목, 비율 등 구체적인 사항이 어떻게 결정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실현가능한 다각적인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대응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 인구문제 대책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출산율 제고 정책에 대한 효과성 분석을 토대로 실효성 높은 정책 과제에 집중하는 한편 여성·외국인 등 경제활동 인구 확보, 생산성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 등을 병행하는 다차원적 접근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사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있는 3대 글로벌 신평사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담당자와 면담도 가졌다. 최 대사는 6일 피치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및 전망 유지 결정과 4일 무디스 보고서 등에 담긴 한국 신용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에 감사를 표했다. 최 권한대행의 1월 면담 이후 한국의 정치·경제 현황 및 정책방향을 업데이트하는 한편 글로벌 투자자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도 공유했다.
정부에 따르면 글로벌 신평사는 "한국이 최근의 사태를 헌법과 민주적 규범에 의거해 잘 대처하고 있다"며 "정치적 교착 상태가 재정상황 악화와 연결돼 신용등급 또는 전망이 하향됐던 다른 국가들과 다르다"고 평가했다. 미국 신정부의 관세 부과·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 등에 대해서는 "한국 경제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신용등급 변동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최 대사는 데이빗 리아오 HSBC 아시아-중동 공동대표 등을 만나 국제금융시장 동향·전망 및 한국 정치·경제 상황에 대한 투자은행 시각도 교환했다. 최 대사는 "HSBC와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 및 신용평가사 등과 더욱 활발하게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아오 대표는 "대다수의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의 현 정치 상황이 질서있게 잘 해결될 것이라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최 대사는 국제금융 중심지인 뉴욕, 런던 등에서 IR을 열고 글로벌 신평사 및 주요 금융계 인사 면담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금융협력대사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등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 관리를 위한 국제사회와의 소통 노력을 계속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