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의 금융의 창] 日 청년 우경화 경험의 교훈

입력 2025-02-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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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평가연구원 비상근연구위원ㆍ금융의 창 대표

계엄과 탄핵 시국에서 우리 사회가 극명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면서 매우 불안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 얼마 전 20~30대 남성 청년이 대부분인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건은 가히 충격이며, 조만간 또 다른 사태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청년층의 이러한 행동 배경으로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젊은 청년들의 과격한 행동은 세계적 추세이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우리보다 앞서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일본의 경험이 잘 설명한다.

장기 경기침체에 젊은층 빈곤해져

흔히들 일본의 사회 양극화는 장기 경기 침체가 주된 원인이라 한다. 주지하다시피 1990년대 초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한 이후, 소위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었다. 일본 기업은 생존을 위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저비용 구조를 추구했다. 디지털화 추세 속에서 종신고용을 주창한 일본 기업들이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를 늘리는 과정에서 고용의 안정성과 소득 불안정 문제가 심화하였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업 경쟁에 취약한 젊은 남성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졌다. 대도시로 이주하지 않으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높은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해야 했고, 빠르게 증가한 고령층의 연금과 의료비 부담마저 짊어져야 했다.

일본의 젊은 세대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와 깊이 연결돼 있다. 계층 간, 세대 간 교육,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금융 접근에서의 양극화 즉, 금융 소외 현상이 현저하게 심화하면서 다중채무자의 자살 등 사회적 불안정성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경제적 스트레스로 인해 청년층의 폭력 사건이나 정신건강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젊은 세대 중 사회적 고립 상태에 빠지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소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심각해졌다.

그런 가운데 이른바 ‘격차사회’로 불리는 심각한 사회 양극화 현상에 허덕이면서 정치에 대한 불만도 급증했다. 젊은 세대는 기존 정치 체제에 불만을 느끼면서 낮은 투표율과 정치적 무관심을 보이거나, 종종 민족주의와 같은 우경적 이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극단적 이념의 정치 그룹이 급속하게 대두하면서 자신감을 잃은 젊은 층은 국가정체성을 강조하고 애국심을 자극하는 국수주의적 정치세력의 이슈를 비판 없이 수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일부 젊은 층은 한국인, 중국인 등 외국인 혐오와 민족주의적 담론에 영향받으며 우경화 경향을 강화하면서 일본판 ‘네오콘(neo-conservative)’이 대두되었다. 일본의 사회·정치적 양극화는 악순환하면서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20년 혹은 30년’으로 장기 침체국면으로 빠지게 한 하나의 주된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 이전부터 그랬지만 이후의 체감 경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적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진행되고, 그 결과로 심각한 사회·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여 년 전 시작된 일본의 현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듯하여서, 행동 면에서는 일본보다 더욱 과격한 면이 많아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안정적 청년일자리 창출에 정책 집중을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다양한 분야에서의 노력이 요구된다. 먼저 젊은 층의 안정적인 고용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들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 안정적 사회인으로의 정착을 유도하는 것이다. 부모 세대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그들이기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존의 노동·고용 틀에서 벗어나 그들에 맞는 적합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또한 사회적 판단을 높이는 교육도 절실하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여 한쪽으로 치우친 사고에 빠지지 않도록 교육 과정에 비판적 사고 훈련도 중요하다. 그리고 젊은 층이 다양한 관점의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균형 잡힌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극단적인 이념을 조장하는 미디어 및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여러모로 일본은 우리의 반면교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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