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경영권 위협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입력 2025-02-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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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상장협, 상법 개정 좌담회…역대 상사법학회장 및 전문가 참석
이사 충실의무 확대·집중투표 의무화 등 해외 사례 찾기 어려워
악성 펀드의 ‘단기 차익 실현’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좌담회 참석자들이 19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역대 상사법학회장들에게 묻는다 : 상법 개정, 이대로 좋은가' 좌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석훈 국민연금 수탁위 위원장,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특임교수 (사진=한국경제인협회)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좌담회 참석자들이 19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역대 상사법학회장들에게 묻는다 : 상법 개정, 이대로 좋은가' 좌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석훈 국민연금 수탁위 위원장,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특임교수 (사진=한국경제인협회)

역대 한국상사법학회 회장들이 이사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소수주주 보호라는 본래 취지보다는 단기 차익을 실현하려는 헤지펀드 등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변질될 것이란 우려다.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19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역대 한국상사법학회 회장과 전문가를 초청해 상법 개정 관련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장을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일각에서 주주권 보호와 증시 활성화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쉽게 말하지만, 이는 이사의 역할이나 이사회 기능을 전혀 모르는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이사회에서 결의를 할 때마다 매번 모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인 데다 소송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법리적 측면의 문제점도 짚었다. 이사가 회사와 법적 위임 계약을 맺고 회사의 대리인으로서 충실의무를 지는 건 민법상 ‘위임의 법리’를 따른 것인데, 개정안은 이러한 법리를 훼손시킨다는 얘기다.

신현윤 연세대 법전원 명예교수도 “이사가 개별 주주와 직접 거래하거나 별도의 추가 계약이 있거나 고의로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등 사기행위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주주 일반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부정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확립된 판례이자 입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과 판례에서 이사에게 ‘주주 이익 극대화’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로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개별 주주가 아니라 회사의 가치를 높여 주주의 ‘단체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특임교수는 “최근 한국 증시가 부진하다고 해서 그 원인을 상법에서 찾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상법 개정은 주가를 끌어 올리는 수단이 아니며, 오히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분산시키고 투자를 위축시켜 결국 기업 가치만 깎아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석훈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도 “주가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성장 가능성, 영업이익, 매출 등의 펀더멘털과 이에 대한 예측에 연동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명확한 근거도 없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기업 지배구조에서 찾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대해 최 교수는 “멕시코, 칠레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나라는 없고, 과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던 일본도 주주 간 파벌 싸움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1974년 이를 회사 자율에 맡겼다”고 설명했다. 멕시코와 칠레의 경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면서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의 경영권 방어 장치를 함께 마련했다.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도 해외 입법례를 찾기 어렵고, 헌법에서 보호하는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 임원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조항도 이사회의 효율성, 주주 보호 등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영권 분쟁이 증가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이 헤지펀드나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격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준선 교수는 “상법 개정의 현실은 악성 펀드들의 ‘단기 차익 거두기용’ 수단으로 상법을 변질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소수주주 보호라는 법 개정의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만큼 국회는 상법 개정을 지양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경제단체들은 그동안 상법 개정에 신중할 것을 수차례 호소했지만, 경제계의 절실한 목소리가 외면받고 있다”며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일 소중한 자금이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한 지분 매입에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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