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금지되면 끝?…일상 훔쳐본다는 '차이나테크 포비아' 솔솔 [이슈크래커]

입력 2025-02-1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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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PC 화면에 '딥시크' 사이트가 차단됐다는 문구가 떠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PC 화면에 '딥시크' 사이트가 차단됐다는 문구가 떠 있다. (연합뉴스)

'딥시크 쇼크'(DeepSeek Shock).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딥시크가 전 세계 기술 업계와 금융시장에 안긴 충격을 말합니다.

2025년은 이 딥시크 쇼크로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미국 오픈AI '챗GPT' 개발비의 약 5%에 불과한 비용으로 이에 맞먹는 AI 모델을 내놓으면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겁니다. 게다가 소프트웨어 분야로는 아직 한참 뒤처졌다고 여겨진 중국이 돌연 저력을 드러냈다는 점으로 충격은 배가됐죠.

그러나 딥시크의 기세는 금세 한풀 꺾였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이 견제에 나선 데다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를 지우지 못해서죠.

보안에 민감한 정부 주요 부처와 기업은 속속 '사용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신규 다운로드 서비스 잠정 중단을 결정, 이제 국내 앱 마켓에서 딥시크를 다운로드받을 수 없죠.

일단 국내에선 문을 닫은 딥시크. 그러나 우려는 상존합니다. '레드 테크'(Red Tech)로 불리는 중국의 최첨단 산업은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상황인데요.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되는 창구가 딥시크뿐만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혹시 내 개인정보도?"…딥시크, 우려가 현실로

딥시크는 중국의 AI 스타트업이자 이 회사의 제품 이름입니다. 2023년 7월 설립된 딥시크는 지난달 AI 모델 '딥시크-R1'을 선보이면서 전 세계 시선을 한몸에 받았죠.

딥시크가 해당 모델에 투입한 개발비는 557만6000달러(한화 약 80억 원) 정도인데요. 오픈AI가 챗GPT 개발을 위해 들였던 비용의 약 5%에 불과합니다. 중국 내 수입이 허용된 엔비디아의 저성능 AI 가속기 'H800', 'H20' 등의 모델로 뛰어난 성능의 AI 모델을 만들어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딥시크는 자사의 R1이 여러 AI 모델 테스트에서 지난해 9월 출시한 오픈AI의 'o1'을 능가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그간 시장엔 고성능 AI를 개발하기 위해선 수천억 원의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요. 딥시크가 '가성비 모델'을 내놓으면서 이 공식을 깬 겁니다.

설 연휴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주가가 급락한 것도 딥시크 때문이었습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달 27일 17% 폭락, 미국 역사상 하루 최대 손실액인 시가총액 6000억 달러(약 863조 원)가 사라지면서 시가총액 1위에서 3위로 밀려나기도 했죠.

그러나 딥시크의 기세는 한 달도 안 돼 꺾였습니다. 주요 외신에 의해 세계 기업과 정부 기관이 자국의 개인정보 및 데이터 유출을 막기 위해 딥시크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중국 정부가 기업이 가진 데이터를 요청할 수 있다는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딥시크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에 따르면 이용자의 생년월일과 이름,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비밀번호 등 정보가 AI 모델 학습을 위해 수집됩니다. 또 이용자들의 키보드 입력패턴, 파일, 오디오, 채팅 기록은 회사 재량에 따라 법 집행기관 및 공공기관과 공유할 수 있죠.

그런데 이용자가 입력하는 키보드 패턴은 개인 특성을 식별할 수 있고, 비밀번호 추론이 가능한 데다가 민감정보에 해당할 소지가 큽니다. 톈안먼(天安門) 사태 등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을 질문하자, 이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는 현상으론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중국 당국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는데요. 이용자 정보가 중국에 위치한 딥시크 서버에 저장된다는 사실이 데이터 악용 우려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 같은 지적을 확인, 지난달 31일 딥시크 본사에 해당 서비스의 개발 및 제공 과정에서의 데이터 수집·처리 방식 등에 관한 공식 질의를 보냈는데요. 개인정보위 분석 결과 제3사업자와 통신 기능 및 개인정보 처리 방침상 미흡한 부분이 일부 확인됐습니다.

개인정보위 자체 분석 결과, 딥시크는 제3자인 바이트댄스에 이용자 입력 정보를 전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상 사업자가 제3자에게 이용자 관련 정보를 제공하려면 정보 제공자인 이용자에게 이런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요. 딥시크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엔 이 같은 내용이 반영돼 있지 않았죠.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딥시크, 일단은 막혔지만…일상 곳곳서 발견되는 '레드 테크' 위력

딥시크가 이용자 데이터를 전송한 회사 바이트댄스,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고요?

바이트댄스는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입니다. 바이트댄스가 2017년 11월 미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뮤지컬리를 인수, 이듬해 10월 이를 틱톡과 통합한 게 지금의 틱톡입니다.

틱톡은 중국에서도, 미국 시장에서도 초고속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Z세대를 중심으로 '없어선 안 될 앱'으로까지 자리 잡았는데요. 틱톡의 북미 이용자 수는 △2018년 1200만 명 △2019년 4900만 명 △2020년 8200만 명으로 급격하게 뛰었죠.

다만 미국에선 일찌감치 틱톡의 '검열 논란'이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2019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틱톡에서 근무했던 미국 직원들은 특정 비디오를 차단하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번번히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중국 정부가 검열한 내용이나 사회적·정치적 주제를 다룬 콘텐츠를 삭제하라는 내용의 틱톡 중국 본사의 규칙을 따를 것을 지시받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졌죠.

호주 싱크탱크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틱톡 초기엔 미국 이용자 정보가 중국으로 전송돼 처리된 사례도 있었고, 중국 국가정보법상 중국 정부가 틱톡에 사용자 정보를 요구하면 틱톡은 이에 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거론됐습니다. 이런 정보 제공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도 틱톡은 금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국가 안보는 물론 기술 경쟁을 우려해 트럼프 1기 정부인 2019년께부터 틱톡을 견제해왔습니다. 2019년 2월 13세 미만 아동의 개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이용했다며 570만 달러(약 82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고요. 2022년 12월엔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키면서 연방정부와 기관 내 기기에서 틱톡을 사용할 수 없게 했죠. 지난해 4월엔 바이트댄스의 틱톡 매각 혹은 미국 앱스토어 퇴출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165일 안에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매각하도록 한 건데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 출범 뒤엔 법무부에 75일간 틱톡 금지 조치를 집행하지 말 것을 지시했습니다. 일종의 협상 창구를 열어둔 거죠. 틱톡은 미국에서만 1억70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틱톡은 국내에서도 빠르게 입지를 굳히고 있는데요. 19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틱톡과 틱톡라이트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각각 489만8510명, 479만123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를 합치면 페이스북 MAU(861만8065명)보다 많습니다.

2000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보단 적긴 한데요. 틱톡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영향력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바이트댄스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가성비'로 인기를 끄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 업체들 역시 국내 이용자 개인정보를 유출했을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알리는 개인정보를 제3자와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다는 조항이, 테무는 이용자 SNS 계정에 자동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한 조항이 문제가 됐죠.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양사에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며 약관 시정조치를 내렸습니다.

아기나 반려견, 반려묘가 있는 가정은 안전을 위해 인터넷프로토콜(IP) 카메라, '홈캠'을 설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밖에서도 실시간으로 집 안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 유용한데요. 국내에 유통되는 제품 중 다수가 중국산 제품입니다. 폐쇄회로(CC)TV보다 기능도 많은 데다가 가격도 저렴해 인기를 끌죠.

그러나 이들 기기를 해킹당한다면, 개인정보는 물론 실시간 사생활까지 노출될 수 있습니다. 실로 지난해엔 병원, 공공시설, 헬스장, 사우나 등 다중이용시설의 IP 카메라에 담긴 국민 사생활 영상이 중국 유해 사이트에 노출된 일이 확인되면서 충격을 안겼죠.

로봇청소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로보락, 에코백스 등 중국 업체들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는데요. 이들 제품은 IP 카메라, 마이크, 센서 등을 탑재하고 있는 데다가 와이파이에 상시 연결돼 있어 마음만 먹으면(?) 개인정보는 물론 집안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우려하죠.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미·중 AI 패권 경쟁 격화하는데…지금 한국은

개인정보위는 딥시크 서비스가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갖추도록 적극적으로 개선을 유도할 방침입니다. 시정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서비스 잠정 중단을 권고했고, 딥시크가 이를 수용하면서 국내 신규 서비스는 중단된 상황이죠.

현재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을 비롯해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모든 앱 마켓에선 딥시크 앱을 신규 다운로드할 수 없습니다. 개인정보위는 이미 앱을 다운받은 이용자들을 향해선 입력창에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는 등 신중하게 이용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딥시크 신규 설치가 막히긴 했지만 '일단'입니다. 딥시크를 포함한 중국의 레드 테크 공세 역시 규제 등에 걸려 잠시 주춤할 뿐,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중국은 정부, IT 업계뿐 아니라 금융계, 교육기관까지 나서서 토종 AI 기업을 띄워 주고 있죠. 러시아 등 친중 성향의 국가들,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의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통칭), 인도 등은 딥시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요. 나날이 격화하는 미중 AI 패권 경쟁 속, 한국은 다소 뒤처져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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