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원가율 하락-가격 인상에도 수익률 저하…핑계 무색
"고물가 등 외부 요인 속에서 생산성 향상 방안 찾는 고민 필요"

소비재기업들은 가격 인상의 주 요인으로 원재료비 상승과 환율 급등, 인건비와 물류비 등 제품 가공과 유통 관련 물류비 부담 가중 등을 근거로 내세운다. 그러나 자체적인 경쟁력 제고 노력 없이 반복적인 가격 인상에만 의존할 경우, 소비 부진을 심화하시켜 기업의 수익 감소, 이미지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명 '연례 행사'처럼 된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반발 기류가 강해지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가격 인상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히는 원재료 중에서도 등락 품목은 매번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소비재 가격은 매번 오름세만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대다수 기업들이 원재룟값이 내려가도 가격 인하를 안하는데, 원재룟값이 오르기만 하면 재빨리 가격 인상을 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물론 올해 커피나 과자 등 식품류 인상의 원인이 된 주요 원재료 가격이 눈에 띄게 폭등한 것은 사실이다. 기상 이변으로 브라질, 베트남 등의 주요 커피 생산국의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인스턴트나 저가 커피에 주로 쓰이는 로부스터의 톤(t)당 가격은 2023년 2492달러에서 2024년 4168달러로 1년 새 67% 뛰었다. 아라비카 원두도 t당 5157달러로 최근 10년 새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역시 t당 7970달러로 전년보다 2배 이상 뛰었다.
반대로 예년 대비 가격이 안정적인 원재료들도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밀가루 원재료인 소맥 가격은 2022년 평균 330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236달러, 2024년 211달러로 하락했다. 2022년 1570달러대였던 대두유 역시 2023년 1270달러에 이어 지난해에는 1000달러(974달러)를 밑도는 등 유지류 가격도 하향세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제품 가격을 낮추는 기업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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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매출원가율(COGS : 재료비와 인건비 등 상품생산에 드는 직접 비용)이 줄어든 기업도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최근 2년 연속 가격을 인상한 롯데웰푸드의 매출원가율은 2024년 70.4%로 전년(72.2%)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3.9%로 전년(4.4%)보다 둔화했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이와 인건비가 줄었는데, 영업이익률마저 낮아졌으니, 영업이익 회복을 위해 원재료비 탓만 하며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 모순인 셈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분석 결과를 보면, 빙그레의 매출원가율은 67.0%(2024년 3분기 기준)로 전년보다 0.6%p 하락했고 SPC삼립의 매출원가율은 84.3%로 전년 대비 0.3%p 하락했다. 이들 기업도 지난해 잇달아 가격을 올린 기업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단순 가격 인상에 기댈 것이 아니라 본업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개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당장 수익 창출이 주 목적인 영리 기업의 특성상 가격 인상이 실적 개선에 중요하지만, 기업의 가격 인상이 사회 전반의 물가 상승을 초래해 화폐 가치를 낮추고, 이는 곧 소비 부진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농림수산식품부는 25일 차관 주재로 식품외식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고공행진 하는 물가를 잡는 데 앞장서 달라"고 가격 인상 자제를 강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가격 인상을 반복한 기업의 경우, 소비자 외면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한때 치킨업계 1위였던 교촌은 2018년 두 차례, 2021년 두 차례, 2023년 한 차례 등 수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소비자 불만이 커지면서 2025년 현재 업계 점유율은 3위로 내려앉았다. 생수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던 제주 삼다수 역시 가격 인상 이슈와 함께 점유율이 30%대까지 하락했다. 백경훈 제주개발공사 사장은 지난해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삼다수 점유율 하락 요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 "가격 인상 영향이 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렇듯 가격 인상이 궁극적 대안이 아닌 만큼, 각 기업은 대량구매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꾀하고 기존 원재료를 대신할 대체제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설령 가격을 올리더라도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혁신 제품과 서비스, 고객경험 모델 등 경쟁력 강화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른 가격에 걸 맞게 제품 퀄리티가 좋다면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는 '가치소비'에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열린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가격 인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생산성 향상 기술 개발도 필수적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은 경기 부진을 야기하게 된다"며 "매출원가율을 낮추기 위해 각 기업이 노력을 하겠지만 무조건적인 가격 인상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뜩이나 농수산물 물가가 급등하고 서민 장보기가 두려워지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경우 그 충격파는 결국 기업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