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다산의 사랑

입력 2025-02-2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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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성 서예가ㆍ한국미협 캘리그라피 분과위원장

“六十風輪轉眼翻(육십풍륜전안번) 육십년 풍상의 세월, 순식간에 흘러갔는데

穠桃春色似新婚(농도춘색사신혼) 복사꽃 화사한 봄빛은 신혼 시절 같구려生離死別催人老(생리사별최인로) 생이별과 사별은 늙음을 재촉하건만

戚短歡長感主恩(척단환장감주은) 슬픔은 짧고 기쁨은 길었으니 임금님 은혜 감격하네

此夜蘭詞聲更好(차야란사성경호) 이 밤의 향기로운 말은 소리 더욱 다정하고

舊時霞帔墨猶痕(구시하피묵유흔) 그 옛날 하피의 먹 흔적이 아직 남았네

剖而復合眞吾象(부이부합진오상)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

留取雙瓢付子孫(유취쌍표부자손) 한 쌍의 표주박을 자손에게 남겨 주노라.” <사진·일부>

조선 후기 대표적 문인이자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1762~1836)은 평생 2263수(규장각본)의 시를 남겼는데 이 ‘회근시’를 쓰고 사흘 후 결혼 60주년 일에 75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회근(回𢀷)’은 부부가 혼인하여 함께 맞는 예순 돌 되는 날 또는 그해를 말하며 ‘회혼’과 같은 뜻이다.

다산 정약용은 열다섯 살에 풍산 홍씨와 혼인한 후 만 60년을 살다가 묘하게도 회혼일에 운명하였으니 회혼일을 사흘 앞두고 쓴 이 시는 다산 최후의 유작이다. 홍씨 부인과 사이에 9명의 자녀를 낳았으나 6명이 요절하고 슬하에는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두었다. 부인은 다산이 운명한 지 두 해 뒤 78세로 세상을 떠나 경기도 남양주군 와부읍 능내리 여유당 뒷동산의 남편 곁에 묻혔다.

원문의 ‘하피(霞帔)’는 조선시대 여인들이 입던 붉은 치마를 가리킨다.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등을 남긴 다산은 신유사옥 때 전라남도 강진으로 귀양을 가 19년 만에 풀려났다.

정약용의 외가는 해남 윤씨인데 그가 유배된 강진이 바로 외가가 있는 지역이었다. 외가에서는 많은 양의 장서를 수집해 보관하고 있었기에 다산은 유배에서 풀려날 때까지 학문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귀양살이 10년째가 되던 해, 부인 홍씨가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시집올 때 입었던 다홍치마 다섯 폭을 보내왔다. 다산은 그 뜻을 헤아려 고향 남양주 마재에있는 두 아들에게 편지를 쓰니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경계의 글이었다. 그 유명한 ‘하피첩’ 의 서문은 다음과 같다.

“내가 강진에서 귀양살이 하고 있는데 병든 아내가 낡은 치마를 보내왔다. 그 치마는 시집올 때 압었던 옷으로 흘러간 세월에 붉은 빛 다 바래 서글픔 가눌 수 없지만 이를 잘라 마름질하고 작은 서첩을 만들어 자식들 일깨우는 글귀를 써 보았다. 부디 어버이 마음을 잘 헤아려 평생토록 가슴 깊이 새겨 두기를 바란다”

이것은 부인의 은근한 사랑을 보다 높게 수용하여 보람되게 사용한 것으로 다산의 아내에 대한 애틋한 정과 깊은 자식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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