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대우건설 인수가 형제간 파국 야기

입력 2009-07-28 18:18 수정 2009-07-3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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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지주회사 자격 위기로 공동경영 합의 붕괴...법정 분쟁 가능성 남아 있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형제간의 지분싸움이 결국 파국을 맞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8일 박찬구 그룹 화학부문 회장이 최근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대폭 늘린 것을 형제간의 공동경영 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박찬구 회장을 전격 해임했다.

또 박삼구 회장도 동생인 박찬구 회장의 해임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그룹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박삼구 회장의 결단 배경

박삼구 회장은 28일 그룹 회의실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을 해임하고 자신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박찬법 항공 부문 부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추대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날 "이런 발표를 하게 된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최근 박찬구 회장이 형제간의 공동경영의 합의를 깨고 그룹경영의 근간을 뒤흔들어 그룹의 발전과 장래를 위해 해임조치를 단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동생인 화학부문 회장을 해임하게 되는 상황에 이른데 도의적 책임을 지고 본인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회장 유고시 그룹 내 전문경영인이나 외부의 덕망 있는 인사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겨주기로 한 선대 회장과의 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내외에서 신망이 두터운 박찬법 항공부문 부회장을 제5대 그룹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룹 내외에서는 그룹 전체가 재무구조개선 약정 이행과 같은 그룹의 산적한 현안이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되면서 박 회장의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룹 한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 중심의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해 그룹 총수가 본인을 포함한 오너 일가의 경영 2선 후퇴를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형제간의 파행 원인은 '대우건설'

박삼구 회장의 결단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바 대로 동생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임된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은 지난 6월부터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대폭 늘려 형제간 계열분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궁금증을 샀다.

이에 대해 그룹 측은 이런 의혹이 짙어지자 진화에 나섰다. 지난 7일 공식 발표 자료를 통해 단일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지난 2006년 말 대우건설 인수 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갖춤에 따라 2007년 1월 1일부로 금호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됐으며 이에 따라 금호석화와 금호산업을 중심으로 한 양대 지주회사체제로 가기 위한 수순을 밝아 왔다.

현재 대우건설 및 기타 자회사 매각 등이 진행 중으로 향후 금호산업이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였다.

그러나 그룹측의 해명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을 가리기 위한 연막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 회장의 기자회견 내용대로라면 화학부문을 맡고 있는 동생이 그룹 전체 유동성 위기를 계기로 형제간의 공동경영 합의를 깨고 경영권 분쟁을 야기한 것이다.

결국 그룹 전체의 유동성을 부른 이유가 무리한 인수합병 때문인 점을 감안하면 대우건설 인수가 형제간의 파국을 부른 단초가 된 셈이다.

◆법정 분쟁으로 번지나

박삼구 회장이 후임 회장으로 항공부문 박찬법 부회장을 추대함에 따라 그룹은 최고경영층이 오너 일가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뀐다.

우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오는 31일 금호아트홀에서 박찬법 제5대 그룹회장의 취임식을 개최하는 등 박찬법 회장 체제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을 벌인다.

그러나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 법정 분쟁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그룹 승계 작업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 이사회를 통해 해임된 박찬구 회장 측이 이번 해임을 놓고 법정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이번 해임안 통과는 법적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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