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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속도를 내면서 시장 판도가 바뀔 조짐이다. 선호도가 높은 ‘래미안’ 브랜드를 앞세워 정비사업 공략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최근 강남 분양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올해 정비사업 수주에서 가장 높은 자리는 삼성물산 차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일찍부터 나오고 있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에 이어 송파구 대림가락 재건축 시공권까지 따내면서 올해 정비사업 수주액이 2조 원을 넘었다.
대림가락 재건축 조합은 이달 22일 총회를 열고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대림가락 재건축은 지하 3층~지상 35층 9개 동 867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약 4544억 원이다.
지난달에는 현대건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1조5695억 원의 한남4구역 시공권을 확보했다. 한남4구역은 보광동 일대를 재개발해 총 51개 동 2331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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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은 대림가락과 인접한 송파 한양 3차 재건축과 서초구 신반포4차 재건축 수주도 예고돼 있다. 한양3차 재건축 조합은 다음 달 22일 총회를 열고 삼성물산과 수의계약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며 신반포 4차 재건축 조합은 최근 삼성물산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통보했다. 방화 6구역도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거론되는 사업만 수주하더라도 삼성물산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3조5000억 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석 달 만에 지난 한 해 실적 3조6398억 원에 버금가는 수주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올해 목표를 5조 원으로 설정한 삼성물산의 수주 행보는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1조7000억 원 규모의 잠실 우성 1·2·3차 재건축과 1조5000억 원 안팎의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을 놓고 수주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리모델링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 18개 타입의 리모델링 특화 평면을 선보였고 리모델링 사업 기초공사에 필요한 기초보강공법 개발 등을 통해 기술경쟁력도 높이고 있다.

삼성물산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정비사업 시장 구도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2015년부터 정비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2020년 신반포15차 시공권을 획득하며 복귀했다.
다만 수주전은 자제하는 등 사업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면서 상위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2023년과 2024년 각각 4위, 3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상위와 2조 원 이상 격차가 났다.
삼성물산이 연초부터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것과 달리 최근 정비사업 시장을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대건설은 잠잠하다. 현대건설은 아직 올해 마수걸이 수주를 하지 못했다.
현대건설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비사업 수주 1위를 차지했다. 2022년 9조 원이 넘는 수주 실적을 내기도 했다.
현대건설이 6년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동안 2위에 번갈아 이름을 올린 포스코이앤씨와 GS건설은 각각 1조5000억 원, 2조 원 수준의 수주를 기록하며 삼성물산의 뒤를 쫓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래미안은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고 지난해 선보인 단지들이 모두 흥행하면서 그 가치가 더 두드러진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삼성물산의 약진이 현대건설뿐 아니라 다른 업체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