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직장인 평균 연봉과 유사한 가격
1982년 코롤라 지수 0.27…구매력 정점
C쇼크 이후 코롤라 지수 다시 하락 전환
‘빅맥 지수(Big Mac Index)’가 있다. 세계 각국 맥도날드 매장에서 판매 중인 빅맥 가격을 달러로 환산한 수치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1986년 고안했다. 나라마다 물가를 비교하는, 단순한 참고자료로 널리 쓰인다.

일본에는 ‘코롤라 지수(Corolla Index)’가 존재한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임금 상승으로 코롤라 지수가 하락하며 점차 구매력이 향상되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코롤라 지수는 무엇이고 어떻게 달라졌을까.
코롤라는 일본 도요타가 1966년 출시한 중소형 자동차다. 과거 신진자동차에서 조립 판매한 중형차 '코로나'보다 한 단계 아랫급이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스텔라→엘란트라→아반떼로 이어진 ‘준중형차’급이다.
도요타의 효자 모델이기도 하다. 1997년 글로벌 베스트셀러였다. 이후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 10위권에 항상 이름을 올린다. 그만큼 대중적이다. 가장 일반적인 자동차인 만큼, 일본에서는 소비자의 구매력과 경기 활성화ㆍ물가 등을 가늠할 때 자주 등장한다.
직장인 평균 연봉을 1.0으로 기준 삼고, 준중형 자동차 코롤라 가격을 비율로 정한다. 숫자가 높으면 구매가 어렵다. 거꾸로 낮으면 구매력, 즉 실질임금의 상승을 의미한다.
1966년 코롤라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지수는 0.90이었다. 직장인 평균 연봉의 90%를 쏟아부어야 준중형차 코롤라 1대를 살 수 있었다는 뜻이다.
본격적인 경제성장기에 접어들었던 1980년대에는 이 지수가 0.30 미만으로 하락했다. 직장인 평균 연봉이면 코롤라 3대까지 살 수 있었다.
코롤라 지수의 최저점은 1982년. 당시 코롤라 지수는 0.27에 머물렀다. 화려한 경제성장의 서막이었다. 몇 개월만 일하면 코롤라 한 대쯤 충분히 살 수 있을 만큼 여유로웠다. 물론 거품경제도 이때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코롤라 지수는 점진적으로 올랐다. 급여는 그대로인데 물가만 올랐다. 명목임금이 정체된 가운데 물가가 오르다 보니 구매력을 좌우하는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한 셈이다. 이 무렵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시작했다.
결국, 코롤라 지수는 2010년대 다시 급등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0.55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때는 직장인 평균 연봉으로 코롤라 2대를 사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자동차 가격이 점진적으로 서서히 오르는 동안, 일본의 직장인 급여는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변곡점은 2023년이었다. 21세기 들어 코롤라 지수가 가장 높았던 2020년(0.55)을 정점으로 지수는 하락 전환했다.
임금이 소폭이나마 오르면서 자동차 가격 상승을 앞질렀다. 2023년 기준 코롤라 지수는 0.52로 내려왔다.
닛케이는 “도요타 코롤라 지수가 일본의 고도성장기와 유사한 0.5 미만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코롤라 지수의 하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가장 먼저 도요타의 대중차 전략 변화도 존재한다. 동급 경쟁차인 중국산 자동차가 도요타보다 40~50% 싼값에 세계 시장을 공략 중이다. 대중차를 지향해온 도요타는 서둘러 이윤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섰다.
닛케이는 “2024년 중국 BYD 중저가 모델 글로벌 점유율이 1.3%였다”라며 “코롤라 점유율(1.5%)을 0.2% 포인트로 쫓아왔다”라고 보도했다.
중국산 저가 대중차의 공습으로 이미 독일 폭스바겐은 물론, 일본 닛산도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들은 실적 악화와 대규모 구조조정 등을 겪고 있다.
도요타 역시 중국산 저가 대중차의 성장을 간과할 수 없다. 연 매출 45조 엔(약 430조4000억 원), 시가총액 44조 엔, 종업원 38만 명의 도요타가 본격적으로 중국차와 전쟁을 준비하는 셈이다.
도요다 아키오 회장 역시 “변화하지 않으면 반드시 쇠퇴한다”라면서 “우리는 코롤라 성공의 역사를 버려야 한다. 그래야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도 끝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토요타자동차 관계자는 “대중적인 소비재를 바탕으로 다양한 지표가 활용된다. 코롤라도 그 가운데 하나”라면서도 “세대마다 세그먼트(등급)와 소비성향이 변하는 점은 지표에 적용되지 않아 명확한 데이터로 여기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