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우크라 전장 북한군 유품 분석...“고통ㆍ충성ㆍ희망 교차”

입력 2025-02-2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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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전 대응 도해, ‘김정은’ 편지 등 발견
“가난한 농촌 출신 20대가 대부분”

▲2018년 9월 9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북한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는 북한 군인들. 평양/AP뉴시스
▲2018년 9월 9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북한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는 북한 군인들. 평양/AP뉴시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3년을 맞은 다음 날인 25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수집한 북한 군사들의 유품을 집중 조명해 보도했다.

닛케이는 이날 ‘러시아에 흩어진 북한 병사의 유언들’이라는 제목으로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는 북한이 파견한 1만 명 이상의 병사를 전선에 투입했고, 이중 약 4000명이 사상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들은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생각하며, 이국의 땅에서 쓰러졌을까? 우크라이나 당국, 전직 북한 병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전장에서 남겨진 수많은 유품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독한 결과 극한의 정신 상태와 조선노동당에 대한 충성, 희미한 희망이 읽혔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12(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생포된 북한군 심문 영상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12(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생포된 북한군 심문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의 쿠르스크주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정경홍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병사는 메모에 “당의 사랑과 은혜를 배신하고, 최고사령관 동지의 은혜에 등을 돌렸다”면서 자아비판을 반복하며 괴로움과 죄책감을 표현했다.

그럼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이번 전투에서 승리해 조국에 돌아가면, 어머니 당(조선노동당) 입당을 청원하려 했다”고 썼다.

또 “당원 자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라며 “살아 돌아가면 당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려운 상황에서의 작은 희망일 것이다”라고 마무리했다.

북한에서는 당원에게 명예와 특혜가 주어지며, 진학이나 취업 등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다. 누구나 입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 따라 병사들은 전과(戰果)를 올리기 위해 필사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소자키 아쓰히토 게이오대 교수는 “죽은 병사들은 당원 자격을 가지지 않았고, 대부분은 가난한 농촌 출신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 씨의 또 다른 메모에는 드론에 대한 대응 방안을 설명하는 그림과 함께 “드론을 발견하면 세 명이 한 조로, 한 명은 유도하고 나머지 두 명은 사격한다”고 기록돼 있었다.

우크라이나군은 폭발물을 장착한 무인기를 사용해 21세기 현대 전쟁을 펼치고 있는 데 반해 북한군은 1950~1953년 한국 전쟁 이후 실전 경험이 부족하다.

전직 북한 병사인 탈북자 출신의 이 모 씨는 닛케이에 “북한 병사는 고성능 장비 훈련을 받지 않았다”면서 “드론과의 교전은 처음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한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병사들이 엘리트 부대원이지만, 전술과 경험의 차이가 북한군의 희생을 확대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공개한 영상.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30초 분량의 영상을 업로드하고 "러시아가 파병된 북한 병사들의 신원을 감추고 피해를 은폐하기 위해 전사자의 얼굴까지 소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처 젤렌스키 텔레그램 캡쳐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공개한 영상.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30초 분량의 영상을 업로드하고 "러시아가 파병된 북한 병사들의 신원을 감추고 피해를 은폐하기 위해 전사자의 얼굴까지 소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처 젤렌스키 텔레그램 캡쳐 연합뉴스

유품 중에는 러시아어로 ‘병역증명서’라고 기재된 수첩도 여러 개 발견됐다. 명시된 생년월일이 정확하다면 이 병사들은 참전 당시 모두 20대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닛케이는 진단했다.

또 수첩의 출생지 란에는 몽골 북쪽에 있는 러시아 영토의 공화국 이름이 적혀 있었고, 민간 직종란에는 지붕 수리공, 용접공 등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북한의 파병을 은폐하려는 러시아의 위조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삼성전자가 제조한 구형 핸드폰과 함께 ‘무기를 버려라’ 등의 러시아어 발음을 한글로 적은 메모도 발견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9월 13일 러시아 극동 아무르 지역 블라고베시첸스크시에서 약 200km(125마일) 떨어진 치올코브스키 시 외곽의 보스토치니 우주 비행장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블라고베시첸스크시(러시아)/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9월 13일 러시아 극동 아무르 지역 블라고베시첸스크시에서 약 200km(125마일) 떨어진 치올코브스키 시 외곽의 보스토치니 우주 비행장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블라고베시첸스크시(러시아)/AP연합뉴스

아울러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유품 중에는 끝에 ‘김정은’이라고 적힌 메모도 포함돼 있었다. 진위는 확실치 않지만 편지에는 ‘무사히 돌아오기를 내가 계속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잠시라도 잊지 말라’며 병사를 격려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현재 북한군의 활동 상황에 대해서는 정보가 엇갈리고 있다. 현재 미국이 중재하는 휴전 협상의 진행 여부가 북한 병사들의 운명을 크게 좌우할 것이라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닛케이는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미국 전쟁연구소, 한국 국가정보원,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텔레그램 게시글 등을 자료 출처로 기재했다.

한편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2025년 판 보고서 ‘군사적 균형(Military Balance)’에 따르면 북한군의 총병력은 128만 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약 1만 명이 러시아에 배치된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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