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입력 2025-0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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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막판 여론전의 총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돌렸다. 헌법재판소 때리기에 골몰하던 여당은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가 기각된 것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오동운 공수처장에 대한 사퇴와 해체 공세를 거세게 퍼붓고 있다.

그동안 여당은 윤 대통령의 사법부 흔들기에 보조를 맞춰 헌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때리기에 집중했다. 윤 대통령이 안에서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했니, 지시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빠진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는 말로 모든 의혹을 부인할 때, 여당은 밖에서 쉬지 않고 사법부를 흔들었다. 단순히 공정성 문제만 거론하는 것을 넘어 헌법재판관에 대한 도를 넘는 공격도 이어갔다. 제대로 된 검증 절차 없이 온라인상에 유포된 조작 사진 기반의 가짜뉴스에 편승해 인격 모독에 가깝도록 비난했다. 집권 여당인 공당으로서 낯부끄러운 일이다. 불복이라는 단어를 꺼낸 적은 없지만, 헌재가 탄핵인용 결정을 내놨을 때 사실상 불복하려는 빌드업으로 의심받기 충분했다. 탄핵 반대 집회는 이미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 사이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한국갤럽이 18~20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42%의 지지를 받은 데 비해 국민의힘 중도층 지지율은 22%에 그쳤다. 국민의힘의 중도층 지지율은 한 주 만에 10%포인트(P) 빠졌다. 민주당과의 중도층 지지 격차는 5%P에서 20%P로 벌어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선거가 중도 싸움이라면, 국민의힘은 선거에 전혀 대비하지 못하는 있단 얘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론조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했지만 "한 번의 여론조사로 추세를 평가하긴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낀다.

여권 잠룡들은 장미대선 모드에 사실상 돌입하는 등 마음이 이미 콩밭에 가 있는데도 조기 대선을 조기 대선이라 부르지 못하고 쉬쉬한다. 조기 대선 모드를 공식화하는 것 자체가 탄핵인용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보수 및 강성 지지층의 결집력으로 탄핵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당 지지율까지 끌어올린 상황이다 보니 여당 지도부나 잠룡 모두 금기어를 입 밖으로 꺼내며 세(勢)를 거스르기란 쉽지 않다. 여당 안에서 "쌍권(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위에 쌍전(전광훈 목사와 전한길 한국사 강사)이 있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는 언급은 이런 내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나마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선이 만약 생기면 시장직을 사퇴할 것"이라며 금기를 깬 건 눈에 띄는 장면이다.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끝으로 탄핵심판이 마무리 지어진 만큼 파면이 될지 복귀가 될지, 남은 건 헌재의 판단뿐이다. 다만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든 당분간 정국 혼란은 자명하다. 특히 인용 결정을 나왔을 때 저항은 더 거칠어질 게 뻔하다. 1월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지지자들이 반발하며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일으킨 점이나, 이달 10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 안건을 논의했던 국가인권위원회가 아수라장이 됐던 점을 비춰볼 때 그렇다.

불행히도 보수 대통령의 역대 두 번째 탄핵 국면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뼈아픈 역사를 낳은 지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여당은 무얼 하고 있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시간을 침해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여당이 지금 어디에 갇혀 있는지 말해준다.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한쪽 눈만 뜬 채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며 적을 흔드는 데에 매몰되기보다 두 눈 뜨고 국민 전체를 봐야 한다. 산토끼뿐 아니라 집토끼마저 무너질 수 있다. 홍 시장이 말한 "박근혜 탄핵 때 아무런 준비 없이 정권을 그저 헌납한 아픈 경험"을 다시 반복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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