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꺼지고 휴대폰 끊겨
테러 징후 없어, 송전선 장애 추정

2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오후 3시 16분께 칠레 대부분 지역에서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전국 16개 지역 가운데 14개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했으며 피해 가구만 800만 가구에 달한다.
칠레 국가 에너지위원회(CNE)의 후안 카를로스 올메도 위원장은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서 수도 산티아고까지 전력을 공급하는 고전압 송전선에서 장애가 발생했다”며 “이 문제가 과부하와 발전소 정지라는 장거리 연쇄 반응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칠레 인구 1900만 명의 90%에 피해를 준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졌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정전에 칠레 국민은 패닉에 빠졌다. 도로 신호등은 불이 꺼졌고 기차가 멈췄으며 ATM과 인터넷, 휴대폰은 작동하지 않았다. 진행 중이던 축구 경기와 학교 수업이 중단되고 주유소들은 운영을 멈춰야 했다. 세계 최대 구리 광산도 채굴 작업을 중단했고 병원과 교도소, 정부 청사 등 필수 건물에만 간이 발전기로 전력이 보충됐다. 산티아고 기온이 30도에 달하는 상황에서 선풍기나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시민들의 불만도 쏟아졌다.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오후 10시를 기점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야간 통금을 포함한 비상사태는 26일 오전 6시까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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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치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산티아고 기온이 30도에 달하는 상황에서 정전이 발생해 800만 가구가 피해를 봤다”며 “하나 또는 여러 기업이 수백만 명의 사람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후 11시 현재 800만 가구 중 약 절반에 전력이 복구됐다”며 “내일 아침 일찍 전력이 완전히 복구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애가 발생한 구체적인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다. 다만 사이버 공격 등 테러 징후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롤리나 토하 내무장관은 “이번 사건 배후에 공격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추정할 근거는 없다”며 “이건 분명히 누구도 계획하지 않은 일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1차 관심사는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군이 거리에 배치돼 보안을 유지하고 교통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