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KB캐피탈 신청했지만
금융당국 "이해관계 복잡…
상품 끼워 파는 '꺾기'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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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털사의 숙원사업인 보험 판매 서비스(캐피털슈랑스) 도입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은행권의 방카슈랑스 규제는 올해 완화되지만 캐피털사의 보험 시장 참여는 계속 늦어지고 있다.
26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과 KB캐피탈은 지난해 말 금융당국에 보험 판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신청했으나 최근 반려 당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기존 금융서비스의 제공 내용·방식·형태 등과 차별성이 인정되는 금융업이나 이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다.
캐피털사는 현재 보험업법상 보험 판매가 불가능하다. 반면 은행과 카드사는 방카·카드슈랑스를 통해 보험을 판매하며 수수료 수익을 얻고 있다. 캐피털사는 시범 사업의 기회를 잡기 위해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했지만 결국 무산되면서 보험 판매는 다시 난제로 남게 됐다.
앞서 캐피털 업계는 10년 넘게 금융당국에 보험대리점 업무 허용을 건의해왔다. 캐피털사가 취급하는 자동차 등 기계·설비금융에는 보험과의 연계가 필연적이다 보니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고객 편의성 제고뿐만 아니라 금융상품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로 평가된다. 예컨대 고객으로서는 캐피털사를 통해 자동차를 살 때 바로 연계된 보험사 상품을 추천받고 가입할 수 있는 것이다. 캐피털사는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대신 보험사로부터 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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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털 업계는 최근 방카슈랑스 제도에 변화를 고려하면 금융당국의 결정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은행이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의 '25% 룰(방카룰)'을 19년 만에 완화했다. 방카룰은 단일 은행 창구에서 특정 보험사의 상품 판매가 전체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정해놓은 것이다. 그러나 최근 규제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판매비율을 생명보험은 33%로 올리고 손해보험은 시장 참여 보험사 수에 따라 50%(4개사 이상)~75%(4개사 미만)로 완화하기로 했다. 은행은 보험 판매에 있어 영업에 대한 제한이 풀렸지만 캐피털사는 기존 규제에 묶여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내부 스터디를 통해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신청한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결정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캐피털사에서 원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동차 금융을 하면서 자동차보험을 엮어 판매하는 것이 혁신적인 요소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보험업권은 설계사 등 이해관계자가 많고 '꺾기(금융상품 판매 시 다른 상품을 끼워 파는 불공정 영업 행위)'에 대한 우려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