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HD현대重·한화오션 원팀 구성…함정 수출 본격화
반도체·자동차, 미 관세 폭탄에 ‘나 홀로’ 각개전투

탄핵 정국 속 컨트롤타워 부재에 국내 산업계 지형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고전했던 중공업과 방산, 원자력 등은 민관 ‘원팀’ 효과에 위기 타개는 물론 속속 수주 낭보로 급부상 중이다. 반면 전통적 효자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등은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 공백에 미국의 관세 이슈 등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크게 위축된 모양새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25일(현지 시간) 모로코 철도청과 2조2027억 원에 2층 전동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수주 물량은 440량으로 알려졌다. 모로코 시장 첫 진출이자 철도 단일 프로젝트 기준 최대 규모 수주다.
현대로템은 모로코 시장 진출 성공 배경으로 민관 합동 ‘코리아 원팀’의 활약을 꼽았다. 지난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백원국 국토부 제2차관은 현지를 방문해 모로코 교통물류부 장관과 철도청장과 면담했다. 국가철도공단과 코레일 관계자들도 모로코를 찾아 ‘K-철도’ 경쟁력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외교부도 지난해 6월 모로코 하원의장, 외교장관 등 고위급 인사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로 방한했을 때 지원사격을 펼쳤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민관이 합심한 코리아 원팀의 성과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K-철도 경쟁력이 인정받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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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에서는 방위사업청·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이 원팀을 구성해 함정 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7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을 비롯해 폴란드(8조 원),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해외사업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월 선박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6% 증가하며 성장 가도에 들어섰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체코 원전 프로젝트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계약 협상 막바지 작업 중이다.
반면, 한국 수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은 미국의 관세 폭탄에 ‘나 홀로’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골프 비즈니스 회동을 하며 스킨십을 강화했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미국을 방문해 관세 해법을 모색했다. 대한상의에 이어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인협회도 대미 사절단을 파견해 대외 소통 활동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뒤늦게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컨트롤타워 부재에 속수무책인 상태다.
재계는 일본과 유럽 등 주요국이 정부 차원에서 대미 협상 등 대외 리스크 대응에 나선 만큼 민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늦어질수록 산업별 타격이 심화할 수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수주나 정책 등을 협상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민관이 협력해 한목소리를 내는 ‘원팀’ 활동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