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바이오 르네상스, 그 중심에 대한민국

입력 2025-0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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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비디오로 빌려 보던 ‘바이오맨’이라는 특촬 히어로물을 기억하는 세대에게 ‘바이오’는 그저 멋진 영웅의 이름이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바이오가 대한민국 미래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최근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비만치료제로 유럽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도약한 성과는 바이오산업의 잠재력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인류가 직면한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영향력을 입증하는 상징적인 사례다.

바이오산업의 특별함은 그 포괄성에 있다. 일상 생활에서 쓰는 화장품부터 질병 치료를 위한 첨단 신약까지, 전통적 농업에서 미래 먹거리까지 전 산업을 아우른다.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이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던 것처럼, 현 시대의 바이오기술이 삶의 전 영역을 혁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바이오산업은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수한 의료 인프라, 높은 교육 수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의 삼각 축이 만들어 낸 독특한 생태계는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우리만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케이팝(K-pop)과 K드라마를 넘어 ‘K바이오’가 새로운 한류의 주역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크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2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기총회에서 “우리나라가 선점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고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영역이 제약·바이오”라고 했다.

바이오산업은 단순한 경제적 가치를 넘어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초고령화 시대의 의료 문제,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 환경 오염 등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과제의 해답이 이 분야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 르네상스가 인문학과 과학의 융합을 통해 인류 문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듯이, 바이오 르네상스의 시작은 생명과학과 첨단기술의 만남을 통해 또 다른 혁신의 시대를 열 것이다. 그 중심에 대한민국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기회이자 책임이다.

다만 이러한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신약개발에 긴 시간과 많은 투자비용을 투입하는 것 외에도 인재 양성과 규제 완화 등도 서둘러야 한다.

대외 환경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에서 생산된 의약품에 최소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예고했다. 중국과 인도에 대한 높은 원료의약품 의존도는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존재한다.

무엇보다 대내외 위기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관심이 절실한 때다. 올해 1월 출범한 국가바이오위원회는 드넓은 가능성의 신대륙인 ‘첨단바이오 시대’에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위해 팔을 걷어야 한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수출이 성장세로 돌아서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분야에서 선진 국가로 자리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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