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은 부분
자극의 원동력...한편으론 ‘비현실에 대한 기대’ 우려

인공지능(AI) 시대에 현실과 불가능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특히 AI에서 받는 영감, AI가 생성한 이미지나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아이디어를 뜻하는 ‘AI인스포(AI Inspo)’가 확산하면서다. AI 도구 등을 이용해 영감을 얻기는 쉬워졌지만, 실제 구현이 쉽지 않은 만큼 괴리의 문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평가했다.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는 WP에 AI가 만들어낸 디자인을 요구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이라고 한다. 비대칭 넥라인에 소매가 없고, 등이 파인 (AI가 만든) 디자인을 원하는 한 고객은 이대로는 몸통을 고정할 수 없어 수정이 필요하다고 하자 숍을 바꾸겠다며 떠났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상상에 의한 아이디어를 구현하려는 시도는 새롭지 않다. 다만 AI 접근성이 용이해지면서 AI인스포 역시 아주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오픈AI의 이미지 생성형 AI 달리(DALL-E)나 미드저니(Midjourney)같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공개된 AI 도구 덕분이다. 가상의 이미지가 넘쳐나면서 미용실, 성형외과 등 어디에서나 ‘재창조’의 요구도 흔해졌다.
가트너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마케터의 절반 이상이 전략에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47%는 소셜미디어(SNS) 광고에도 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과 SNS 계정에서 AI로 변경하거나 생성한 이미지라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동시에 이를 구분하는 책임 역시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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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트너의 니콜 그린 AI 산업 애널리스트는 “기술이 실제와 가짜를 구별하는 방식을 전례없이 변화시키고 있는 환경에서 소비자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무엇이 가능하고, 감당할 수 있는 영감인가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20대 맥켄지 페이지는 WP에 “미용실을 찾기 전 핀터레스트를 통해 (영감을 찾는) 사진을 찾아왔다”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 AI가 생성한 ‘완벽한’ 사진이 늘었다. 가짜 이미지를 저장하고 싶지 않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미용실에 가서 비현실적인 요청을 하면 부끄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AI인스포가 ‘비현실에 대한 기대’만 자극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라고 WP는 지적한다.
이벤트 기획자인 디애나 에반스는 고객이 가져온 AI 생성 이미지에 눈을 의심했던 경험을 전했다. 바닥에서 나무가 자라는 듯한 환상적인 공간에 푸른 새틴 테이블보 위 화려한 꽃장식과 조명까지. 다만 문제는 비용이었는데, 에반스 추산으로 이미지 구현 예산은 30만 달러(약 4억3000만 원)로, 고객 예산의 4배였다. 에반스는 상담 후 떠난 고객을 다시 보지 못했다.
AI인스포가 도달할 수 없는 기준을 반영하거나 실현 불가능한 세부 사항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비즈니스에서 요구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헤어스타일리스트 로 칼라니는 “AI 이미지를 그만 들고오라고 말했다”며 “우리는 창의적인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AI는 완벽을 압박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케샤브 매지 성형외과 전문의는 “(AI 이미지를 보고 찾아오는 것에) 긴장하고 있다”며 “비현실적인 기대를 만들게 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