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고려아연에 절실한 '오월동주'

입력 2025-02-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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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동주. 중국 춘추시대 오나라(吳)와 월나라(越) 사람이 한 배를 탔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오나라와 월나라는 사이가 매우 안 좋았다. 그런 원수지간이라 해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얼마든지 힘을 합해 난관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의미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MBK파트너스와 경영진의 대립이 이를 연상케 한다.

고려아연의 모기업인 영풍그룹은 1949년 설립된 영풍기업사에서 출발했다. 76년간 유지된 동업 관계는 지난해 9월 MBK파트너스 연합 측의 공개매수를 계기로 적대적 관계로 전환됐다. 이후 비방과 법적 분쟁이 난무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한 가운데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이 경영권 다툼에 휘말려 미래 성장 동력을 저해할 위기에 놓였다. 과거라면 정부가 중재에 나설 수도 있었겠지만, 현재로써는 개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노조와 지역사회는 MBK의 경영권 인수로 인한 고용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고, 핵심 기술진의 대거 이탈 가능성도 제기됐다.

고려아연이 신성장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추진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서 내부 혼란이 가중되며 국가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경영 불안이 지속되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인 혼란은 협력사와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외적인 이미지 훼손 또한 불가피하다.

지난달 임시주주총회 이후 MBK 측이 강경 대응에 나서며 사태는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수록 기업 가치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임시주주총회 후 MBK에 협력을 제안하며, 이사회 일부를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MBK의 경험과 역량이 고려아연의 미래 50년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MBK가 협력자로 나선다면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경영권 다툼이 아니라 상생을 위한 전략적 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려아연은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독보적인 비철금속 제련 기술로 세계 1위 기업이 된 회사다. 지난해 11월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전구체 기술이 국가핵심기술 및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됐으며, 최근 황산니켈 관련 기술도 국가전략기술로 포함됐다. 황산니켈 제조 기술은 이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핵심 기술로, 한국 첨단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고려아연은 중국이 수출 통제한 전략 광물인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역할이 더욱 커졌다. 과거 미국이 중국산 비스무트에 관세를 부과했을 때, 고려아연의 비스무트 수출이 증가하며 전략적 가치를 입증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내홍은 고려아연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고려아연은 단순한 제조업체가 아니라 국가 경제와 산업에 필수적인 기업이다. 따라서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가 전략 산업의 경쟁력도 흔들릴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내부 분열로 인해 연구·개발(R&D)과 신사업 추진 동력이 약화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도 크다.

지금 고려아연에 필요한 것은 갈등이 아닌 협력이다. 오나라와 월나라가 공존을 모색했던 것처럼, 고려아연과 MBK도 적대 관계를 넘어 공동의 생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이제 '오월동주'의 지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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