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비만약, 허리둘레뿐 아니라 경제도 바꾼다”

입력 2025-03-01 07: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63세 드루스 변호사 “완전히 새로운 삶”
소비ㆍ패션ㆍ운동ㆍ여행 등 극적 변화
골드만 “2028년까지 6000만 명 복용 시 GDP 1%p↑”

▲운동하고 있는 하얀 머리의 남성. 출처 게티이미지
▲운동하고 있는 하얀 머리의 남성. 출처 게티이미지

밤에 아무 이유 없이 한 줌의 M&M 초콜릿을 먹곤 했어요.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찾았어요.

#63세의 시카고의 소송 전문 변호사 존 드루스는 스트레스가 많은 16시간 근무 일정으로 오랜 기간 건강을 챙길 여유가 부족했다. 이후 이혼과 자녀들의 출가로 혼자 살며 스카치위스키ㆍ초콜릿ㆍ외식ㆍ해변 리조트 등을 즐겼다. 그 결과 키 180cm의 그는 체중이 130kg까지 불었다. 의사는 혈압ㆍ당뇨 등 여러 질환의 경계 단계에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던 2022년 5월 의사의 권유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변화는 빠르게 나타났다. 첫해에 11kg을, 그다음 해에는 추가로 34kg을 더 감량했다. 식습관ㆍ패션ㆍ운동 방식ㆍ여행 등이 모두 달라지면서 연간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가 넘는 드루스의 소비 패턴도 완전히 바뀌게 됐다.

그는 시간당 140달러를 내고 퍼스널 트레이너를 고용하는 등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해 곧바로 헬스장으로 향한다.

야식을 끊었을 뿐 아니라 현재는 훨씬 건강한 식사를 한다. 그의 식단은 영양 균형을 고려해 구성됐다. 아침은 계란 3개ㆍ오트밀ㆍ블루베리ㆍ바나나 반 개, 점심은 다진 사슴고기나 들소고기와 채소, 저녁은 연어ㆍ고구마ㆍ방울양배추ㆍ브로콜리, 간식으로는 요거트ㆍ라즈베리ㆍ카카오 닙스ㆍ견과류 등을 섭취한다. 음료는 물ㆍ커피ㆍ말차뿐이다.

여행 스타일도 달라졌다. 체중 감량 전에는 멕시코ㆍ도미니카공화국ㆍ플로리다 같은 곳에 있는 올인클루시브(종합 패키지) 리조트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들과 함께 미국 서남부 국립공원을 여행하며 8일 동안 약 24km를 하이킹했다.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약인 오젬픽과 위고비. EPA연합뉴스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약인 오젬픽과 위고비. EPA연합뉴스

오젬픽ㆍ마운자로ㆍ위고비ㆍ젭바운드 등 GLP-1 계열 비만약은 전구ㆍ제트기ㆍ인터넷과 같은 수준의 혁신적인 발명품은 아니겠지만 국내총생산(GDP)에 변화를 일으킬 정도로 상당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드루스의 사례를 소개하며 최근 보도했다.

WP는 드루스 변호사는 한 명의 소비자일 뿐이지만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이 미국 성인 인구의 6%에 해당하는 약 1600만 명에 이른다면, 이들의 소비 변화는 향후 몇 년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8년까지 6000만 명이 이 약물을 복용한다면 미국 GDP가 누적으로 1% 증가, 즉 수조 달러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람들이 더 건강해져 더 건강한 노동력이 공급되는 가정을 기반으로 했다.

이러한 비만약 효과는 의료비 절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싱가포르경영대학교(SMU)의 알요샤 얀센 경제학 조교수는 “비만약이 직접적으로 식품 소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식품 산업 외에도 여러 산업에 걸쳐 파급효과가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가령 코넬대와 데이터 분석업체 뉴메레이터(Numerator)의 연구에 따르면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커피숍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한 남성 노인이 스마트폰으로 체중 감량과 영양을 고려한 조리법을  검색하며 요리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
▲한 남성 노인이 스마트폰으로 체중 감량과 영양을 고려한 조리법을 검색하며 요리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

또 회계·컨설팅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보고서는 체중 감량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의 운동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PwC 조사에 따르면 체중 감량 약물 복용자의 35%가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했거나 운동량을 늘렸으며, 16%는 처음으로 퍼스널트레이너를 고용했거나 기존보다 더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PwC 보고서 저자들은 “GLP-1 사용자들은 변혁적인 시기에 새로운 행동 패턴을 형성하는 것을 지원하는 중요한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제품 라인과 마케팅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 체인인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최고경영자(CEO)는 고객들의 식료품 구매량이 약간 감소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고급 온라인 의류 대여 업체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는 고객들이 더 작은 사이즈와 몸에 밀착되는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보고했다.

피트니스 체인업체인 라이프타임은 피트니스 클럽 내에서 GLP-1 약물을 처방할 수 있는 의사를 포함한 ‘수행&장수’ 구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사 건강 검사ㆍ영양 상담ㆍ퍼스널 트레이너 수업 등을 포함하며, 많은 사람들이 체중 감량 시작과 함께 건강을 위한 장기적인 접근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봉준호식 SF 베일 벗었다…'미키 17', 땀 냄새 나는 매력 [시네마천국]
  • “겨울이 가기 전에”…이번주 마지막 겨울 축제 즐겨볼까요? [주말N축제]
  • "관망세 풀린다"…아파트 매물 내놓는 집주인 급증
  • “GLP-1 비만약, 허리둘레뿐 아니라 경제도 바꾼다”
  • “AI 발전할수록 ‘보안’ 문제 대두”…국내 기업은 괜찮나
  •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단독 개봉 경쟁 치열…어떤 영화 볼까?
  • 尹 탄핵 심판 앞두고...與, 장외 여론전 총력
  • 사고 났나? 왜 열차가 지연됐지? 사고가 아니라 안전 위해 서행
  • 오늘의 상승종목

  • 02.2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6,100,000
    • +5.39%
    • 이더리움
    • 3,345,000
    • +4.5%
    • 비트코인 캐시
    • 477,100
    • +14.22%
    • 리플
    • 3,236
    • +7.4%
    • 솔라나
    • 217,700
    • +13.98%
    • 에이다
    • 954
    • +6.12%
    • 이오스
    • 832
    • +5.99%
    • 트론
    • 350
    • +7.03%
    • 스텔라루멘
    • 435
    • +10.69%
    • 비트코인에스브이
    • 53,000
    • +6.08%
    • 체인링크
    • 21,990
    • +5.92%
    • 샌드박스
    • 475
    • +8.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