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 감찰’은 위헌”

입력 2025-02-2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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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 재판관 만장일치…권한쟁의 ‘인용’

선관위 ‘감사원 직무감찰에 반발’
쟁의 심판 청구…헌법 위반 결정

“선관위 등 독립적 헌법기관 대상
‘감사원 직무감찰’ 불허” 명확히 해

“헌법 해석상 직접 도출되는 내용
입법 통해 이를 개정할 수도 없다”

감사원이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직무 감찰을 벌인 데 대해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여서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 문형배(왼쪽 다섯번째) 헌법재판소장 권한 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의 직무 감찰이 선관위 권한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선고 기일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낸 마은혁 후보자 임명 보류에 관한 권한쟁의 심판 결정도 함께 선고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 문형배(왼쪽 다섯번째) 헌법재판소장 권한 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의 직무 감찰이 선관위 권한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선고 기일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낸 마은혁 후보자 임명 보류에 관한 권한쟁의 심판 결정도 함께 선고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헌법재판소는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감사원 간 권한쟁의 사건에서 재판관 8인 전원이 일치된 의견으로 인용한다고 선고했다. 헌법재판관 전원은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독립적 헌법기관에 대한 감사원 직무 감찰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우리 헌법 해석에서 직접 도출되는 내용이므로 입법을 통해 이를 개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헌재는 “현행 헌법 체계 하에서 대통령 소속하에 편제된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한 직무 감찰을 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선관위의 공정성‧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며 “이는 대통령 등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선관위를 독립적 헌법기관으로 규정한 헌법 개정권자의 의사에 반한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헌재는 위헌 판단한 또 다른 근거로 감사원법을 들었다. 감사원법 제24조 제1항은 ‘정부조직법 및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설치된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한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같은 법조 제3항에는 ‘제1항의 공무원에는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제외한다’고 정한다.

헌재는 “피청구인(감사원)이 2023년 6월 1일부터 2025년 2월 25일까지 청구인(중앙선관위)에 실시한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에 관한 직무 감찰은 헌법 및 선거관리위원회법에 의해 부여받은 청구인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에 관한 권한을 침해했다”고 만장일치 결정했다.

그러나 헌재는 선관위 권한 침해를 확인하면서도 “청구인이 피청구인의 직무 감찰 대상에서 배제된다는 것이 곧바로 부패 행위에 대한 성역 인정으로 호도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구인이 자체 감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문형배(왼쪽 다섯번째) 헌법재판소장 권한 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의 직무 감찰이 선관위 권한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선고 기일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 문형배(왼쪽 다섯번째) 헌법재판소장 권한 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의 직무 감찰이 선관위 권한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선고 기일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憲裁 “부패에 성역 인정 아냐…자체 감사로 우려 불식시켜야”

앞서 박찬진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 등 선관위 고위 간부들의 자녀가 경력직 채용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2023년 5월 제기됐다.

선관위는 자체 검사를 벌인 뒤 이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당시 선관위는 국회의 국정조사,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및 수사기관의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감사원의 직무 감찰에 대해서는 거부했다.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이기 때문에 감사원이 직무 감찰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선관위는 이후 ‘부분 수용’으로 입장을 바꿔 감사에 응하면서도 감사 범위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그 해 7월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 관계자는 “그동안 감사원의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직무 감찰이 헌법 및 감사원법상 허용될 수 있는지에 관해 논란이 있어 왔고, 이를 입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감사원법 개정안도 여러 차례 발의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결정은 선거관리위원회를 독립적 헌법기관으로 설치한 헌법 개정권자의 의사 및 헌법 제97조를 비롯한 헌법 체계 등을 종합할 때, 우리 헌법 해석상 감사원이 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은 독립적인 헌법기관에 대해 직무 감찰을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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