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80만톤 중 100만톤 중국산
中·日 열연강판 반덤핑 관세 부과땐
도금·컬러강판 우회 수출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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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업계가 후판·열연강판에 이어 중국에서 수입된 도금강판과 컬러강판에 대해서도 반덤핑 제소를 결정했다. 밖으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안으로는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로 ‘내우외환’에 빠진 철강업계가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국씨엠은 이날 동종업계와 함께 건축용 중국산 도금·컬러강판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도금·컬러강판을 생산하는 업체는 동국씨엠을 비롯해 세아씨엠, KG스틸 등이 있다.
건축용 도금·컬러강판은 단색 샌드위치 패널이나 지붕, 내벽 등 건축 내외장재로 쓰인다. 지난해 기준 내수 시장 규모는 연 280만 톤(t) 수준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조 원 규모다. 이 중 36.4%에 해당하는 100만여 톤이 중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세계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데, 터전인 내수 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난립해 시장 수준이 퇴보하고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실제 중국에서 수입되는 건축용 도금·컬러강판 물량은 최근 3년간 연 76만 톤에서 연 102만 톤으로 3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판매 단가는 톤당 952달러에서 730달러로 23.3%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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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저가 공세의 여파는 실적으로 드러난다. 지난해 동국씨엠의 건축용 도금강판 영업이익은 내수 기준으로 전년 대비 84% 급감했다. 컬러강판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4% 줄었다. KG스틸도 영업이익이 1년간 26% 감소했다.
이들은 늦어도 상반기부터 실효적 규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빠르게 반덤핑 제소를 추진하는 한편, 불량 제품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시장에 유통 중인 중국산 컬러강판 대부분이 건축법상 규정 도금량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그 이유다.
이번 제소는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될 경우 도금·컬러강판으로 우회 수출되는 물량이 늘어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조만간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되는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하고 관세 부과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현대제철은 중국과 일본 기업들이 국내산보다 10~15%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며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제소했다.
최근 무역위가 중국산 후판에 27.91~38.02%의 잠정 관세 부과를 결정한 만큼 열연강판에도 높은 수준의 관세가 매겨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 업체들이 열연강판에 최소한의 도금, 코팅 등 단순 후가공 처리를 하고 값싼 도금·컬러강판으로 둔갑시켜 ‘밀어내기 수출’을 이어갈 것이란 우려다.
미국의 관세 장벽과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속에서 국내 철강산업을 보호할 필요성은 크지만 ‘줄관세’가 현실화하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대국이 보복 규제에 나선다면 우리 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히는 등 상황이 더욱 꼬일 수 있어서다.
동국씨엠 관계자는 “철강 생산 구조에 대한 거시 분석을 통한 전략적 통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최종 철강 제품부터 단계적 무역 규제를 적용함으로 주변국과 마찰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철강업계 동반 생존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