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곳 중 6곳 “상반기 신규채용 없거나 미정”
철강 66.7%, 의약품 57.1%, 자동차·부품 47% “채용계획 없거나 미수립”

미국발 관세 공포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채용 계획도 바꿔놨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주요 업종들은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이 없거나 미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에 따른 기업 심리 위축으로 상반기 대기업 채용시장에 한파가 닥칠 것으로 우려된다.
27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의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10곳 중 6곳(61.1%)은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 중 채용계획 미수립 기업은 41.3%,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은 19.8%였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3.9%포인트(p), 2.7%p 증가한 것이다.
이 기간 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은 38.9%였다. 이 중 전년 대비 채용 규모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기업은 59.2%, 줄이겠다는 기업은 28.6%였다. 반면 늘리겠다는 기업은 12.2%로 집계됐다. 채용을 축소하겠다는 기업은 전년 동기보다 1.8%p 늘었고,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3.9%p 줄었다.
기업들은 채용 부진 이유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및 기업 수익성 악화 대응을 위한 경영 긴축(51.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부진(11.8%) △경영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구조조정 어려움(8.8%) 순으로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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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과 석유화학·제품 업종의 경우 채용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응답한 기업 비중이 각각 75%, 73.9%에 달했다. 장기 불황에 시달리는 건설과 석화 업종을 제외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업종 상당수가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철강 등 금속(66.7%), 의약품(57.1%), 자동차·부품(47%) 등이 채용이 없거나 계획을 미수립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진에어 등이 신입 공채에 나섰지만, 상당수 기업은 아직 채용공고를 내지 않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철강, 자동차, 의약품에 최소 25% 이상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구리 수입품에도 관세 부과를 시사하는 한편, 유럽연합(EU)에 25%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줄관세’를 예고했다.
한경협은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 공급과잉 등의 영향으로 건설업·석유화학·철강·외식업 등 주요 업종이 불황을 겪으면서 관련 기업들이 채용계획을 보수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 기업들은 신입보다 바로 투입할 수 있는 훈련된 인력 중심으로 인사를 운영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상반기 채용시장 변화 전망으로 수시채용 확대, 중고신입 선호 현상 심화, 경력직 채용 강화 등을 꼽았다. 또 대기업 10곳 중 6곳(63.5%)은 정형화된 공채보다는 필요시 유연하게 채용하는 수시채용 방식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침체 장기화와 보호무역 확산 우려감으로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나서면서 채용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며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 완화에 주력하는 한편, 통합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 임시투자세액공제 대상 확대 등 기업의 고용 여력을 넓히는 세제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