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16명은 1000억 달러 이상 보유
19~20세기 초와 달리 기술산업 종사자

순자산 500억 달러 이상을 보유한 ‘슈퍼 억만장자’가 전 세계에 24명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가 더 큰 부를 부르며 과거의 부유층과 차원이 다른 초부유층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글로벌 자산정보분석 기업인 알트라타의 자료를 인용해 “최근 전 세계 억만장자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새로운 부류의 초고부유층이 등장했다”면서 “이러한 ‘슈퍼 억만장자’는 24명으로 이들은 500억 달러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인물들이다”고 설명했다.
또 슈퍼억만장자의 총자산은 작년 2월 초 기준으로 3조3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프랑스의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이다. 또 이들은 전 세계 억만장자 자산의 16% 이상을 차지했다.
24명 가운데 16명은 순자산이 1000억 달러 이상인 ‘센티비리어네어(centi-billionaire)’로 불린다. 100을 의미하는 ‘센티(centi)’와 10억 달러 이상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빌리어네어(billionaire)의 합성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부유층과 초부유층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일부는 새로운 차원의 부를 쌓아 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알트라타의 마야 임버그 분석 책임자는 “억만장자들은 언제나 엄청난 부를 소유해 왔지만, 이제는 억만장자들 사이에서도 또 다른 계층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일부 개인의 순자산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는지를 보면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포브스가 1987년 첫 억만장자 목록(Billionaires List)을 발표했을 당시 140명의 억만장자가 있었으며, 이들의 총자산은 2950억 달러였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은 일본 부동산 재벌 쓰쓰미 요시아키로, 그의 재산은 200억 달러였다.

이번 분석에서 가장 부자로 꼽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재산은 4194억 달러에 이른다. 쓰스미 요시아키의 전성기 재산보다 약 21배, 미국 가구의 중위 순자산보다 200만 배 이상 많다.
이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2638억 달러),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2389억 달러),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2370억 달러),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2208억 달러),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세르게이 브린 공동 창업자(1605억 달러), 스티븐 발머 전 마이크로소프트 CEO(1574억 달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1542억 달러) 등이 차례대로 2위부터 8위를 차지했다.
대부분은 기술 산업에서 부를 축적한 기업가들이거나, 기술 혁신으로 산업이 급성장한 기업의 오너들이다. 특히 상위 10명의 억만장자 중 6명이 이 범주에 속한다. 또 24명 중 여성은 단 3명, 미국 외 국가에 거주하는 인물은 7명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슈퍼 억만장자의 등장이 초부유층의 구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19세기와 20세기 초반, 세계 최고 부자들은 ‘산업가(Industrialists)’들이었다. 1916년 세계 최초로 공식 억만장자로 등극한 존 D. 록펠러는 스탠다드오일로 석유 산업을 독점해 부를 쌓았다. 앤드루 카네기는 철강 산업을, 코넬리우스 밴더빌트는 철도 산업으로 막대한 돈을 축적했다.
WSJ은 “이들의 재산은 당시 물리적 인프라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에서 창출된 것”이라면서 “당시에는 기업의 가치가 토지, 기계, 공장과 같은 물리적 자산을 기준으로 평가된 데 반해 오늘날은 지적 재산, 미래 확장 가능성, 예상 수익과 같은 개념을 바탕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