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에는 의사가 과잉 공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의료 서비스가 발전해 국민 건강이 개선되고 의사의 업무 효율이 높아지면, 의료 이용이 감소해 공급은 넘치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7일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하고 의사 인력 수급 전망과 향후 정책 방향을 제안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10년 뒤인 2035년에는 변수에 따라 의사가 부족할 수도, 과잉 공급될 수도 있다. 연구원은 활동 의사 수, 근무일수, 의료이용량에 기반해 의사 인력 수급을 추계했다.
의사의 근무일수를 265일로 가정한 시나리오 1에서는 의대 정원을 유지할 경우 2035년 의사가 4169명 부족해진다. 의대 정원을 늘리면 4151명이 과잉 공급된다. 하지만 근무 일수를 289.5일로 가정한 시나리오 4에서는 의대 정원을 유지하면 2035년 의사가 3161명 과잉 공급되며, 의대 정원을 늘리면 1만1481명까지 과잉 공급된다. 연구원은 289.5일이 한국 의사들의 현실적인 근무 일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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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의사인력 수급 계획은 실패했으며, 의료공급자 및 관련 단체와 논의해 한국 의료환경을 고려한 중장기 추계모형을 합의해야 한다”라며 “의사의 절대적 부족보다는, 상대적인 지역별 과목별 분포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노인주치의 제도’와 ‘가치기반 네트워크 의료’ 보상 방식 등을 시행할 경우, 의대를 증원하지 않아도 의사 부족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관측됐다. 제도 시행으로 국민 건강이 증진돼 의료 이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인주치의제는 노령인구의 건강 상태를 호전하고 입원 및 외래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택의료, 주치의 팀관리 등을 제공하는 정책 구상이다. 가치기반 의료는 행위별 수가의 대안으로, 환자의 건강 호전 결과를 기반해 보상하는 체계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미래가 어떤 방식으로 개선될지 생각하며 의사 수급을 추계해야 한다”라며 “특히 의료 서비스의 지역 격차 문제는 의사를 늘려서 해결할 수 없으며, 네트워크 체계 내에서 원격의료 등의 해소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의사들이 합의할 수 있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의 과제도 의사 개인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의사 부족 현상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패널 토의에 참석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근거해 의사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류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적다는 통계는 양적인 지표에 불과하며, 이를 두고 실제로 의사가 부족한지 판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질적인 지표인 ‘회피 가능 질병으로부터 사망 통계’를 보면, 한국은 10만 명당 142명으로 OECD 평균 239.1명과 비교해 상당히 우수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