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자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건강 약자인데, 실질 지원 부족”

입력 2025-02-27 16:1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2월 28일 세계 희귀질환의 날 기념…희귀질환복지법 제정 촉구

▲희귀질환자의 보호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희귀질환복지법 제정’을 위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희귀질환자의 보호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희귀질환복지법 제정’을 위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장애인,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법은 있지만, 환자 중에 소수이고 치료제도 없이 평생 관리가 필요한 희귀질환자들은 여전히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환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까지 어려움을 겪어 개인이 아닌 가정이 어려움에 처하는 만큼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을 위한 희귀질환복지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2월 28일 ‘세계 희귀질환의 날’을 기념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희귀질환복지법 제정’을 위한 행사를 열고, 희귀질환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학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은 이날 “세계 희귀질환의 날은 희귀질환자들을 위한 날로,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고 환자 중 약자인 희귀질환자에 대한 보호와 실질적 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정된 의미 있는 날”이라며 “우리나라는 희귀질환관리법이 희귀질환자들을 위한 유일한 법이다. 하지만 관리법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환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 따르면 희귀질환자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2015년 제정된 희귀질환관리법은 희귀질환자들에 대한 의료적인 지원에 대한 내용만 담겼다. 이로 인해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들은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희귀질환자들과 가족들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사례를 전했다. 선천성 수포성표피박리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딸을 키워내고 있는 권영대 씨는 “이름도 생소한 선천성 수포성표피박리증은 ‘사소한 자극에도 수포가 발생하는 위험한 질환’”이라며 “아무리 조심해도 신체 피부의 90% 이상이 수포와 상처 상흔으로 덮여 있다. 통증도 3조 화상에 버금가는 고통스러운 질환인데, 보호자의 전반적 케어가 없으면 하루도 버틸 수 없다”고 토로했다.

대장 전체와 소장 일부가 없는 단장증후군을 겪고 있는 11살 아들을 키우는 이다래 씨는 “하루에만 10번 이상의 묽은 변을 보기 때문에 엉덩이는 멀쩡한 날이 없고, 충분한 영양섭취도 어려워 발달장애를 앓고 있다. 장의 기능적 소실이 발생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으로 영양공급이 어려워 말초정맥영양(PPN) 특수식으로 하루에 16~20시간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엔젤만 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을 키우는 이영란 씨는희귀질환자의 자립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아이가 낮은 지능과 언어장애, 균형감각 이상으로 인한 보행문제로 보호자가 한시도 눈을 떼기 어렵다. 뇌전증으로 인한 경련 발작이 발생하는 위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저희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가 더 이상 곁에 있어 주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희귀질환자가 자립할 수 있는 어떤 시스템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연합회는 희귀질환 중 이분척추증 환자의 삶의 질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분척추증은 선천적으로 척수 신경에 문제를 가지고 태어나는 질환으로 소변을 저장, 배출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이들 환자는 방광에 찬 소변을 배출하려면 카테터를 활용해 청결 간헐적 도뇨(CIC)를 진행해야 한다. 1일 최대 급여가 적용되는 일회용 카테터 개수는 6개까지다. 이분척추증 환자들은 카테터 개수가 충분하지 않아 물 섭취량을 제한하고 이로 인해 불편과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이용승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비뇨의학과 교수는 “하루 6번 이상 도뇨를 하게 되면 나머지 도뇨의 경우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카테터가 2500~3000원 정도로 매일 사용해야 한다면 금액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사람 대부분은 소변을 볼 때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불편함도 느끼지 않는다. 이분척추증 아이들은 힘들게 여러 번 소변을 보면서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상황적인 제한도 받는다. 아이들이 비용 부담 없이 소변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행사에는 프래더 윌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을 키우고 있는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도 함께 했다. 강 의원은 “정부도 희귀질환자를 챙기지 않기 때문에 희귀질환복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강 의원은 “아이들에게 의료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최소한의 존엄성을 조금이라도 붙잡아 줄 수 있게 해줄 뿐이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처럼 교육받고, 취업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이런 것이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희귀질환 신규 발생자 수는 총 5만4952명이다. 국가대상 희귀질환은 총 1314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중국 ‘천안문 사태’ 공포는 현재 진행형…딥시크부터 축구대회 기권까지 [이슈크래커]
  • 전속계약 종료, 또 종료…엔터 업계, 왜 몸집 줄이나 했더니 [이슈크래커]
  • "그녀 자체가 장르"…태연이 사는 '트리마제'는 [왁자집껄]
  • 보이스피싱 평균 피해액 '810만 원'인데…신고 안 하는 이유는? [데이터클립]
  • 비오는 삼일절 연휴, 대설 특보 가능성도
  • 반도체기업 세액공제 5%p 상향 ‘K칩스법’ 본회의 통과
  • 헌재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 감찰’은 위헌”
  • ‘명태균 특검법' 국회 통과…與 “국힘 수사법”, 野 “죄 지었으니 반대”
  • 오늘의 상승종목

  • 02.2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6,500,000
    • -1.39%
    • 이더리움
    • 3,447,000
    • -2.93%
    • 비트코인 캐시
    • 442,600
    • +3.9%
    • 리플
    • 3,277
    • -0.46%
    • 솔라나
    • 205,800
    • +3%
    • 에이다
    • 990
    • +1.43%
    • 이오스
    • 833
    • +2.33%
    • 트론
    • 336
    • +0.6%
    • 스텔라루멘
    • 426
    • +0.47%
    • 비트코인에스브이
    • 52,350
    • +3.87%
    • 체인링크
    • 22,910
    • +2.55%
    • 샌드박스
    • 471
    • +5.1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