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 6월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천안문 사태’라는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날이죠.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다가 중국 정부의 군대에 의해 유혈 진압을 당했습니다.
당시 전 세계는 중국 정부의 유혈 진압에 충격을 받고 여러 제재를 가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2025년 현재, 해당 사건에 대해 전 세계는 여전히 ‘천안문 민주화 운동’이 아닌 ‘천안문 사태’를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죠. 이는 21세기 이후 급성장한 중국의 세계적 영향력을 고려해 전 세계가 중국과 부딪치기보다는 타협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의 천안문 탄압은 35년이 지난 지금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셈이죠.
연장 선상에서 중국 내에서는 예전부터 천안문 사태와 관련해 국가 내에서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습니다. 자국 내 민주화 항쟁의 역사가 중국인들에게 알려지면, 공산당 통치 체제가 악화할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이를 넘어서 중국 정부는 관련 검색이나 언급 자체를 검열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는데요. 2021년 마블 유니버스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한 버스 기사의 옷 오른쪽 어깨에 천안문을 연상시키는 숫자인 ‘8964’(89년 6월 4일)가 등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중국 내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일부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천안문 유령’에 의한 국가전복 공포에 지배당했다고도 표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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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공산당의 천안문 사태 은폐 시도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인공지능(AI) 업계의 화제가 된 ‘딥시크’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아챔)가 그 중심이 됐죠.

최근 중국 프로축구 리그의 산둥 타이산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8차전 울산 HD와의 경기를 약 2시간 앞두고 돌연 대회 기권을 선언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산둥 측은 기권 사유로 ‘선수단 건강’을 언급했는데요.
급작스러운 산둥의 기권 사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죠. 실제로 건강에 문제가 있다던 선수들은 며칠 후 치러진 중국 프로리그 개막 경기에 정상적으로 출전하면서 대회 기권의 ‘진짜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렸습니다.
축구팬들과 관계자들은 산둥 측의 실제 기권 사유로 ‘전두환 사진 사건’을 꼽았는데요. 11일 있었던 아챔 7차전 광주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산둥 팬들이 광주 측을 조롱하기 위해 전두환 사진을 들고 온 것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는 거죠.
당시 산둥 팬들의 행위에 광주뿐만이 아닌 K리그1 팬들 모두가 분노했고, 광주 역시 “광주광역시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조롱하고 비하하는 행위”라며 아시아축구연맹에 공식 항의했습니다.
산둥은 이번 기권 결정으로 최소 약 60억 원의 경제적 피해, AFC의 추가 징계에 따른 추후 대륙 대회 출전 불이익 등이 예상되는데요. 통상적으로 팬들의 돌발적인 행동에 대해 연맹이 구단 측에 경고 및 벌금 정도를 부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으로 산둥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모양새가 된 겁니다.
그렇다면 산둥은 왜 이렇게 일을 키웠을까요? 이는 산둥이 한국 팬들의 ‘맞불 응원 계획’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팬들 사이에서는 산둥과의 경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마오쩌둥 전 주석의 사진은 물론 ‘천안문 탱크 사진’을 들고 가겠다는 의견이 속출했는데요. 이에 산둥 측에서는 천안문 관련 언급 자체를 꺼리는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중국 매체 ‘슈팅차이나’는 이와 관련해 “이번 결정은 산둥 팬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있었던 것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관련 팬이 징계를 받았지만, 산둥이 여러 사정상 울산과의 경기에 정상 참여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 딥시크사에서 공개한 대형 언어 모델(LLM) ‘딥시크-R1’는 올해 초부터 AI 업계의 신성으로 떠올랐습니다. 딥시크-R1의 성능이 현존 최고 성능 AI 모델 대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성능을 보이면서도 개발비는 훨씬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죠.
딥시크 등장 이전까지 AI 업계는 고사양 장비와 수천억 원의 비용을 들여야만 고성능 AI를 개발할 수 있다고 믿어왔는데요. 그런데 딥시크의 개발 비용은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오픈AI’의 모델개발 비용 대비 약 6% 수준에 불과했던 겁니다. 이에 전 세계 AI 업계와 금융 시장이 충격을 받으며 ‘딥시크 쇼크’라는 말까지 생겨났죠
저렴한 개발 비용이 화제가 된 점은 긍정적이었지만, 검열 문제가 전 세계의 화두에 오르게 됐는데요. 사용자들 사이에서 딥시크가 중국 정부에 정치적으로 불리하거나 민감한 질문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딥시크는 천안문 사태, 홍콩 우산 혁명, 시진핑 주석 관련 민감한 질문 등 중국 정부가 곤란해할만한 주제에 대해 대답을 철저하게 회피하거나 사실과 다른 거짓된 답변을 내놨는데요. 중국 기업인 만큼 중국 정부의 입장에 반하기는 힘들었던 겁니다.
결국, 각국 정부가 딥시크의 안전성과 정보 편향성을 이유로 사용 금지 결정을 내렸고, 개인정보 유출 문제까지 불거지며 딥시크 열풍은 한풀 꺾였습니다. 중국 정부의 과도한 검열이 중국 AI 업계의 성장에 손해를 끼친 모양새가 됐죠.

중국 정부의 이러한 은폐 시도 및 검열 정책에도 이미 중국인 대부분은 천안문 사태를 알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싱가포르, 대만 등 중국 정부의 검열이 미치기 힘든 중화권 국가는 물론 해외를 드나드는 중국인들이 매년 1억 명이 넘고, 취업, 유학 등의 이유로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도 많기 때문인데요. 이외에도 온라인 검열을 뚫고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 인구 역시 수억 명 이상인 상황에서 ‘모른 척’을 할 뿐 모르기는 어렵다는 거죠.
오히려 관심이 없다가 지나친 검열의 부작용으로 천안문에 대해 알게 되는 일도 있는데요. 천안문 사태와 관련해 스트라이샌드 효과(특정 정보를 인위적으로 삭제 및 검열하려는 시도로 오히려 그 정보가 더 많은 사람에게 퍼지는 현상)가 일어난다는 겁니다.
결국, 이러한 촌극을 끝낼 수 있는 것은 중국 정부가 천안문 사태와 관련해 사실을 인정하진 않더라도 더 이상의 검열은 하지 않는 것일텐데요. 하지만 중국 정부는 천안문 사태의 공론화가 공산당 정권 붕괴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여기는 상황이라 그것이 언제 가능할지는 요원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