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는 ‘전략적 모호성’ 회귀…中 모험심 자극할 수도
“美 핵우산 신뢰 못 해”…불붙는 韓 자체 핵무장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안보 우산’을 접고 있어 동맹국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집권 2기 첫 각료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매우 광범위한 안보 보장은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유럽이 그렇게 하도록 할 것”이라며 “유럽이 바로 옆집 이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과의 광물협정 협상에서 미군의 지원과 안보에 대한 명확한 보장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번 주 양국 정상이 서명을 앞둔 광물협정에는 이러한 지원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이 포함되지 않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과 관련해 “나토는 잊어버려도 된다”며 “아마도 그게 모든 일이 시작된 이유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유사시 대응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그는 이날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침공할 경우의 대응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언급하지 않겠다”며 “그런 입장(대만 안보 보장)에 처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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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역대 미국 정부가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전략적 모호성’으로 회귀하는 것을 뜻한다. 군사 개입에 대한 직접적인 약속을 피하면서도 중국 본토가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시 군사적으로 방어하겠다”고 밝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태도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특히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군사개입 축소 움직임, 우크라이나 종전 외교에서 보여준 행보, 대만 방어를 둘러싼 모호성이 결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험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데이비드 색스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를 테이블에 앉히지 않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직접 협상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을 대만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협상 선례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 일본, 필리핀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도 더는 미국의 안보 우산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물론 이들 세 국가는 대만과 달리 미국과 상호 방위 의무를 적시한 공식 방위 조약을 맺었다. 그렇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한 행보를 비춰봤을 때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내내 주한미군 철수 등을 거론하면서 한국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다.
경제학자이자 블룸버그 전 칼럼니스트인 노아 스미스는 최근 “미국의 핵우산을 더는 신뢰할 수 없다”며 “한국과 일본, 폴란드는 즉시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폴란드가 러시아의 다음 타깃이 될 것이고,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대만 정복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징후가 많이 있다”며 “이들 작은 세 나라는 미국과의 동맹에서 실패할 수 있는 억지력을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