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시장 춘래불사춘…노동·규제 개혁 시급하다

입력 2025-02-2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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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업체 종사자 수가 건설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46개월 만에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됐다. 2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1월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기준 1인 이상 사업체의 종사자는 1989만5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1991만6000명)과 비교해 2만2000명(0.1%) 감소했다. 출처 고용노동부
▲국내 사업체 종사자 수가 건설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46개월 만에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됐다. 2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1월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기준 1인 이상 사업체의 종사자는 1989만5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1991만6000명)과 비교해 2만2000명(0.1%) 감소했다. 출처 고용노동부

고용 한파가 심각해 봄이 와도 봄기운이 없다. ‘춘래불사춘’이다. 고용노동부가 27일 발표한 1월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종사자는 1989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1991만6000명) 대비 2만2000명 줄었다. 지난해부터 증가세가 둔화하다 급기야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고용 쇼크가 왔던 2021년 3월 이후 46개월 만이다.

지난달 신규 일자리는 13만5000개, 신규 구직 인원은 47만9000명으로 구인배수가 0.28에 그쳤다. 구직자 100명이 28개의 일자리를 놓고 경쟁한다는 얘기다. 1999년 1월(0.23) 이후 26년 만의 최저치다. 외환위기보다 더하다고 아우성인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계엄·탄핵 여파로 내수 침체가 가속화된 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대외 리스크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부터 대기업 일자리 가뭄은 더 심화할 공산이 크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61.1%가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했다. 지난해보다 6.6%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대기업 문이 더 좁아진 현실을 여과 없이 말해준다.

채용 축소가 두드러진 업종은 건설(75.0%), 석유화학·제품(73.9%), 금속(66.7%), 식료품(63.7%) 순으로 대부분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전통 제조업 분야다. 건설업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문제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신동아건설에 이어 국내 토목건축공사업 1호 면허를 보유한 삼부토건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과 금속 업종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구직난은 개인 문제가 아니다. 사회문제다. 구직 자체를 포기하고 ‘그냥 쉰다’라는 청년이 42만 명을 넘는다. 수수방관할 수 없는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경기침체만 탓할 계제가 아니다. 기업은 대내외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규 투자와 채용을 꺼리는 것이지만, 한국 특유의 고용 경직성이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모를 사람이 없다. 아무리 무능하고 불량해도 인력 감축을 하기 어려워 인사·노무관리 화두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기업들이 어찌 신규 채용에 흔쾌히 나설 수 있겠나. 세계경제포럼이 2019년 발표한 노동시장 유연성 순위에서 한국은 141개국 중 97위였다. 이웃 국가 일본(11위)에도 한참 못 미친다. 속히 손볼 것이 수두룩하다.

정규직 과보호와 호봉제 임금 체계, 획일적인 주 52시간제 등의 ‘전봇대’를 뽑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좋은 일자리 창출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양질의 일자리를 일궈내는 주체는 정부나 정치권, 사회단체가 아니라 민간 기업이다. 기업 족쇄를 풀어 투자 의욕을 고취해야 다 함께 미래로 달려갈 수 있다. 노동 소득을 사실상 독식하는 귀족노조 눈치나 봐도 좋은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골든타임이 끝나가는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노동·규제 개혁에 박차를 가해 새길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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